대전의 중견 건설업체인 금성백조는 최근 대전 도안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올 하반기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1년 가까이 앞당겨진 것이다. 전세난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미분양 주택도 줄어드는 등 주택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전 남서부에 조성 중인 도안신도시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준공된 단지의 입주율이 60~70%를 밑돌 정도로 미분양이 넘쳤지만 올 들어 빈 집이 속속 채워지고 있다. 금성백조 관계자는 "전셋값과 매매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데다 세종시 후광효과 등으로 대전의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분양을 늦췄던 다른 건설업체들도 올 하반기 도안신도시에서 대규모 공급에 나설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달라진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뜨거운 지방 주택시장

지방 주택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진원지는 부산 분양시장이다. 부산 마수걸이 분양이었던 '명지 두산위브포세이돈'은 1256채 분양에 4359명이 청약,평균 3.47 대 1로 마감됐다.

분양 시장을 달구는 주요 원인으로 전세난이 꼽히고 있다. 롯데캐슬 카이저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주부 김영순 씨(43 · 경남 양산)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 전세 기간이 끝나면 입주하려고 청약했다"고 말했다. 부산 남천동 우리부동산 신용옥 소장은 "세입자들이 많이 찾는 82㎡ 아파트는 지난해 초 전셋값이 7000만원 선이었으나 올 들어 3000만원 더 올랐다"며 "물량이 없어 두 달째 소개를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 청주 등 충청권도 봄기운이 두드러지고 있다. 호반건설이 지난달 26일 청주에서 문을 연 '청주 성화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에는 2만여명이 찾아 840채 중 300여채를 계약했다. 회사 관계자는 "모두 중소형으로 구성돼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매매가도 동반 상승

전세난에 분양시장 열기까지 겹치면서 기존 집값도 상승 추세다. 최근 10여년간 가격 변동이 없던 부산 감만동 현대 105㎡는 1000만원 오른 1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다대동 몰운대 69㎡는 1억2000만원대로 지난해 초(6500만원)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 대형 아파트 값도 들썩이고 있다. 다대동 성원상떼빌 158㎡는 지난해 초보다 1억원가량 높은 3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 대전지법 다세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20.1%를 기록했다. 동구 용전동 전용 45㎡는 감정가가 4000만원이었으나 18 대 1의 경쟁으로 6568만원에 낙찰됐다. 김종호 부동산114 충청지사장은 "아파트 전셋값이 30% 이상 오르자 목돈 마련이 어려운 일부 세입자가 값이 싼 다세대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삼천동 우성2차 59㎡는 2년 전 5300만원이었으나 최근 1억1000여만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수도권으로 북상하나

지방 주택시장 열기가 수도권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6대 광역시를 비롯해 전국 40개 주요 시 · 군을 대상으로 올해 주택 수급 여건과 분양시장을 분석한 결과 회복세가 확산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주택 시장의 가격과 거래량은 '회복기→상승기→정체기→침체기→불황기→바닥기'로 순환하는데 부산 창원 김해 등은 회복기로 진입했고 대전을 비롯해 용인 수원 등은 바닥기를 지나 회복기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주택 공급과 해당 지역 제조업 경기 등에 비춰 지방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상승국면이 올 하반기께 입주 물량이 부족한 수도권 남부로 옮겨 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정선/부산=김태현 · 대전=백창현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