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화단에 회화의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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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속보]현대미술의 주도권이 비디오·영상 설치,사진 작업으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회화는 미술사적으로 특별하다.인상파부터 큐비즘,초현실주의,추상표현주의까지 회화 장르의 위상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겨울잠에 빠져 있던 화랑들이 새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며 ‘미술의 원조’인 회회 작품전을 열고 있다.겸재 정선,단원 김홍도 등 조선시대 대가는 물론 리차드 프린스,에드 루샤,루이스 부르주아,트레이시 에민,권옥연,김종하,백영수,황용엽,안창홍,서용선,허달재 씨 등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이 개인전이나 그룹전에 이름이 올라 있다.출품작들도 누드화부터 사진처럼 정교한 극사실주의,색면 추상화,순수 풍경화,팝아트,건축이나 심리학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누드화부터 관념적 사실주의 작품까지
갤러리 현대를 비롯해 가나아트갤러리,국제갤러리,선화랑,학고재화랑 등 국내 메이저 화랑들이 일제히 봄 기획전으로 회화 작가들을 초대했다.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담긴 회화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새 봄을 맞아 거실이나 안방에 걸린 옛 그림을 떼고 유망 작가작품으로 교체하는 ‘벽갈이 마케팅’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사간동에서 오는 23일부터 ‘라일락 화가’도상봉 화백의 손녀 도윤희 씨의 개인전을 시작한다.절대자의 의지를 받아 적는 구도자처럼 사물의 외형이 아닌 본질을 묘사한 추상화 50여점을 소개한다.선화랑는 봄철 첫 전시로 조수부 씨의 개인전을 열고 경쾌한 색감으로 화면을 채운 조씨의 ‘수련’시리즈 40여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해외 유명 작가들의 기획전에 주력해온 국제도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최연소 작가로 참여한 문성식 씨를 초대해 문인화같은 관념적 사실주의 그림 50여점을 걸었다.롯데호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근·현대미술의 재발견’전 역시 원로작가 권옥연 백영수 황용엽 김종하 씨 등 5명의 작품들로 꾸몄다.
또 PKM트리니티갤러리는 1960년대 이후 국제 화단에서 활동한 리차드 프린스,루이스 부르주아,브루스 나우만,온 카와라,트레이시 에민,폴 매카시,댄 그래햄,마틴 크리드 등 외국 작가의 회화 작품 21점을 걸어 ‘텍스트’와 ‘비디오’‘여성’이라는 열쇳말을 통해 표현력이 강한 회화세계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회화 예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회도 마련된다.동산방화랑은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그림에의 향수’전에 조선시대 후기 회화사를 빛낸 겸재 정선,단원 김홍도,탄은 이정,표암 강세황 등 33명의 작품 50여점을 내보인다.이밖에 삼성미술관 리움은 국내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코리아 랩소디’전을 준비 중이다.
◆한국 화단에 회화의 복권인가?
봄 화단에 쏟아진 회회 작품들은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최근 사진과 영상미디어가 쏟아내는 이미지의 범람으로 회화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세기 중엽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는 사진의 등장을 이유로 ‘회화의 죽음’을 선언했다.그 후 일부 화가들은 붓과 물감만으로 실험을 거듭하며 추상표현주의,신표현주의를 회화의 대안으로 삼았는가하면,1960년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회화의 상업적 가능성도 열었다.
전문가들은 회회 장르의 성장세를 점치면서도 첨단 뉴미디어 장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기를 이어갈지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화화가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감성을 반영하고 있는 데다 20~40대 디지털세대가 친근하고 편안한 그림을 선호하는 만큼 화단에서도 활기가 예상된다”고 낙관론을 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도 “미국 화단에서도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기획전이 열리는 등 ‘회화의 복권’현상이 나타나고 았다”며 “국내외 미술품 경매에 출품되는 그림들이 미디어 아트나 영상설치 작품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말했다.
반면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디지털 문화의 급속한 유입으로 순순 회화 영역을 당분간 좁아질 것”이라며“ 건축 공학 심리학 등 다양한 인문 사회과학과 융합된 21세기형 회화가 탄행 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