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지난해 11월28일 발생한 구제역 사태가 100일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대규모 가축 매몰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얼었던 땅이 녹고 비가 잦은 봄철로 들어서면서 매몰지 오염 확산 등 '환경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으로 부패가 활발해지는 해빙기에는 침출수가 많아지고 매몰지 표면이나 지하 유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에 있는 관정 3000개에 대한 종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식수 오염 불안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용인시는 지난 4일 비닐 없이 돼지를 묻은 백암면 일대 3곳의 매몰지를 인근 지역으로 이전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강원도 횡성군 가축 매몰지 2곳이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긴급 이전되기도 했다.

정부가 전국 4000여곳의 매몰지를 대상으로 벌이는 전수조사 결과 이런 사례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우기가 닥치기 전에 매몰지를 보강하고 침출수를 빼내 분뇨나 하수처리장에 보내는 등 2차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며 "수질 오염에 대비해 정밀 조사와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