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 · 기획관리 라인에서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무원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집권 4년차로 접어들면 공무원들의 차기 대선 주자 줄서기로 인한 권력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은 정권 말 주요 정책의 마무리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때문에 공직사회의 허리를 담당하는 과장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공직사회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자칫 동요하거나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집안 단속'도 필요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5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중앙부처 주무 과장 250여명과 3시간 동안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격려성 발언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수 많은 집단 중에서 공직자 집단이 가장 높은 국가관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또 "공직자들의 국가관을 높이 평가한다. 과장급 공무원들이 중요하다"며 "여러분들이 애국자"라고 했다. 물론 주문사항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꼼수는 그 순간은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수로 가야 승리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대가 변화해 나가면서 그 당시는 오해가 되고 충돌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적당히 타협하고 후퇴하면 발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남권신공항,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을 놓고 논란을 빚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갈 때까지 갔다가 정신을 바짝 차린다"며 "(바닥에)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것은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아무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