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부모 의존도가 중국,일본 청소년보다 높지만 가족과의 생활 만족도는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학교에서의 집단따돌림(왕따) 현상도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6일 발표한 ‘청소년 가치관 국제비교 조사’ 결과다.여가부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10~11월 두 달간 한·중·일 청소년 4579명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실시했다.이번 국제비교 조사는 200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조사는 △가족·결혼관 △진로·직업관 △학교·친구관 △사회·국가관 △역사관 △인생관 △다문화의식 △통일의식 등 8개 영역으로 나눠 진행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결혼비용을 부모가 전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중국(79.4%),일본(74.7%),한국(65.3%)순으로 가장 높았다.결혼비용 부모 의존도가 가장 높은 셈이다.여가부는 2008년의 26.6%에 비하면 38.7%포인트 높아서 점차 부모 의존률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의존도는 높지만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는 만족하지 못했다.“나는 가족과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질문에 중국(96.7%),한국(91.8%),일본(84.2%) 순으로 긍정적으로 답했다.하지만 “나는 가족과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질문에는 중국(92.6%),일본(81.1%),한국(80.3%)순의 응답을 보여 한국 청소년들이 가족의 중요성이나 친밀감은 높지만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문항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청소년은 중국(92.3%),일본(75.7%),한국(71.2%)으로 가장 낮았고 여가생활 만족도도 중국(78.0%),일본(74.7%),한국(67.5%) 순으로 꼴찌를 기록했다.최인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현실 생활에서의 가족생활이 청소년들의 의식 속에 형성된 가족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국의 경우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낮은 청소년들은 현실에서의 가족생활과 의식 속에 형성된 가족기대의 괴리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나는 분명한 인생목표가 있다”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 응답률도 중국이 88.9%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68.3%로 일본(54.9%)과 함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학교 공부에 흥미를 갖고 있는 정도 역시 중국이 가장 높았고 한국은 일본과 함께 절반 수준이었다.

“학교에서 왕따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라는 질문에 대해선 한국이 62.2%로 일본(56.7%)이나 중국(36.0%)보다 크게 높았다.특히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응답률이 4.5%에 불과해 왕따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나타났다.중학생보다 고등학생에서 10%포인트 이상 높아서 고등학생의 왕따에 대한 부정적 경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라면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고 답한 청소년이 한국이 48.0%로 일본(23.9%)보다는 높았지만 중국(83.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지수준은 한국(90.7%)이 일본(54.9%),중국(49.0%)에 비해 가장 높았다.하지만 “다문화 청소년을 친구로 맞이할 수 있다” 문항과 “다문화 청소년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문항에는 한국이 가장 낮은 응답률을 나타내 우리나라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도가 인식수준에 비해 낮은 경향을 보였다.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다소 그렇다”를 포함한 긍정 응답률이 2008년 보다 0.6%포인트 낮아졌고 특히 “매우 필요하다” 응답이 2007년(43.8%)에서 2008년(42.8%) 사이 큰 변화가 없었으나 2010년에 23.3%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