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현주 씨(33)는 지난달 말 코스피지수가 1950선 밑으로 내려가자 미뤘던 펀드 가입을 위해 신한은행을 찾았다 발길을 돌렸다. 은행 직원이 추천한 국내주식형 펀드 6개 중 절반이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펀드여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추천받은 2개 해외주식형 펀드도 모두 신한BNP파리바운용의 펀드였다.

최근 증시 조정을 기회로 주식형펀드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지만 증권 · 은행 등 판매사들의 부적절한 관행이 여전해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투자자로 가장해 주요 판매사(은행 · 증권) 영업점에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결과 영업점 직원들의 상당수가 계열 운용사 펀드나 투자비용이 비싼 펀드를 주로 추천했다.


◆계열 운용사 펀드 집중 권유

기자가 지난 4일 주요 증권 · 은행 지점에서 투자상담을 받아본 결과 대부분 영업점 직원들이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집중적으로 권유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계열 운용사 펀드 3개와 비계열 운용사 펀드 2개를 추천했다. 이 중 '미래에셋드림타겟'은 작년 수익률이 17.35%(A클래스 기준)로 국내주식형 평균(20.79%)에도 못 미친 펀드다.

국민은행도 5개 추천펀드 중 KB자산운용의 펀드가 3개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추천목록 9개 중 5개를,삼성증권은 3개 중 2개를 계열 운용사 펀드로 권했다.

그나마 대우증권은 계열 운용사(산은자산운용)의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탓에 비계열 운용사 펀드 6개를 고루 추천했고,우리투자증권도 10개 중 2개만 우리자산운용 펀드를 권했다.

실제 판매사들의 계열 운용사 '밀어주기' 관행은 여전히 심각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판매사들의 계열운용사 펀드 판매비중은 37.8%로,1년 전(39.1%)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신한 기업 등 대형 은행들은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60~70%에 달해 계열사 밀어주기가 오히려 심해졌고,삼성 · 동양종금 · KB투자증권 등도 계열사 판매비중이 더 높아졌다.

◆펀드비용이 비싼 액티브펀드 추천

투자비용이 비싼 펀드를 권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영업점 직원들은 투자자 성향을 밝히기도 전에 인덱스펀드보다 보수가 비싼 액티브(일반주식형)펀드 목록부터 내밀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추천한 9개 펀드가 모두 액티브펀드였고,대우증권도 6개 중 인덱스펀드는 1개에 불과했다.

작년 수익률에선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보다 성과가 나았지만 인덱스펀드의 총보수가 평균 0.65%(작년 말 기준)로 액티브펀드(1.39%)의 절반 미만이어서 판매사 입장에선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펀드에 가입한 A씨는 "국민은행에서 적립식으로 5개 펀드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모두 비용이 가장 비싼 펀드들"이라며 "직원이 비용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펀드애널리스트는 "판매사가 공정하지 않게 펀드를 판매하면 투자자 선택권을 제약하고 펀드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지난 2년간 펀드 환매가 거셌던 것은 수익률 부진이 원인이지만 펀드서비스에 실망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 액티브펀드·인덱스펀드

액티브펀드(active fund)는 과감한 종목 선정과 운용을 통해 시장(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반면 인덱스펀드(index fund)는 지수 영향력이 큰 종목 위주로 편입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펀드다. 액티브펀드가 통상 판매수수료 · 보수 · 거래비용이 인덱스펀드보다 높고 펀드 간 수익률 편차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