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인대 개막 이틀째인 6일 베이징대 칭화대 등 대학들이 밀집한 중관춘의 하이룽빌딩.인터넷을 통해 '3차 재스민 시위' 장소로 지목된 베이징 내 10개 지역 중 한곳인 이 빌딩 주변엔 학생보다 이어폰을 낀 경찰과 빨간 완장을 찬 보안요원들이 더 많았다. 상공에는 경찰 헬리콥터가 저공비행하고 중관춘 전철역엔 수리를 이유로 전날부터 일시 폐쇄됐다는 공고문이 눈에 들어왔다. 베이징 등 전국 41개 도시에서 반정부 집회를 열자는 제안 성명이 올라온 미국 인권단체 운영 사이트인 보쉰(博迅 · www.boxun.com)엔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푸단대 등 중국 각 지역의 주요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스민 집회 참여를 촉구하는 글도 게시됐다. 보쉰에 따르면 베이징의 대학들은 앞서 학생들에게 중관춘 부근에 가지 말고,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멈추거나 구경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지나가라고 통지했다. 불발에 그쳤지만 시위가 예고된 이날 오후 2시를 전후해 하이룽빌딩 주변은 계엄상태와 같았다고 보쉰은 전했다. 같은 시간 왕푸징의 맥도날드 앞도 2차 집회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27일과 마찬가지로 경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관광이나 쇼핑을 하는 시민들의 통행까지 막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도처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중국 경찰은 양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경찰과 보안요원 등 73만9000명을 동원해 집회 예정지를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홍콩 신문들이 전했다. 중국 공산당 베이징시 당위원회의 기관지인 북경일보는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몇몇 국내외 인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인 집회를 선동해 문제를 일으키고 '거리정치'를 선동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공안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외신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허가받지 않은 취재를 시도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법을 어길 경우 취재 비자를 회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7일 시위 예정지에서 사진을 찍다가 적발된 외신기자들은 최근 공안국으로 소환돼 '불법 취재'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 5일 전인대가 열린 인민대회당 앞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선 시위로 최소 4명이 연행됐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공안 분야 예산을 국방예산보다 많이 잡은 것도 재스민 시위에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2011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공안 분야 예산은 지난해 실적 대비 13.8% 증가한 6240억위안으로 올해 국방예산(6011억위안)을 웃돌았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이유정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