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첨단산업'만 사랑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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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삼 관련 제품 시장만 200억달러,전체 생약시장 규모는 2000억달러에 달합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세 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인삼 종주국'인 한국의 점유율은 0.5%에 불과합니다. 선진국들은 관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관심이 없어요. "
최근 한 정부 기관장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A인삼 K대표는 이같이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정보기술(IT)쪽 중소기업들은 미래기술이라는 명목 아래 각종 정부 과제들을 따내고 있는데 소비재,식품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쪽 업체들엔 '다른 나라 얘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에서 K대표가 지적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장비업체 B사는 지식경제부로부터 4년간 5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수행과제는 장비의 전력효율을 15%가량 올리는 것.재정상태가 좋은 회사라 특별히 정부 자금이 절박하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밀어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과제를 따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품,생활소비재 쪽에서도 IT분야 못지않게 많은 연구 · 개발(R&D)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생활용품업체 임원은 "친환경 신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세계시장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르지만 정부 관계자는 주방 잡동사니에 무슨 R&D냐며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수출구조는 선박 · 유무선통신기 · 반도체 · 액정디바이스 · 자동차 등 5대 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이 중 한 분야만 무너져도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갖추려면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고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생태계에서 '큰 아들' 역할을 하는 첨단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둘째,셋째에게도 고른 애정을 줘야 건강한 가정(국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남윤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최근 한 정부 기관장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A인삼 K대표는 이같이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정보기술(IT)쪽 중소기업들은 미래기술이라는 명목 아래 각종 정부 과제들을 따내고 있는데 소비재,식품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쪽 업체들엔 '다른 나라 얘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에서 K대표가 지적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장비업체 B사는 지식경제부로부터 4년간 5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수행과제는 장비의 전력효율을 15%가량 올리는 것.재정상태가 좋은 회사라 특별히 정부 자금이 절박하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밀어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과제를 따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품,생활소비재 쪽에서도 IT분야 못지않게 많은 연구 · 개발(R&D)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생활용품업체 임원은 "친환경 신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세계시장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르지만 정부 관계자는 주방 잡동사니에 무슨 R&D냐며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수출구조는 선박 · 유무선통신기 · 반도체 · 액정디바이스 · 자동차 등 5대 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이 중 한 분야만 무너져도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갖추려면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고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생태계에서 '큰 아들' 역할을 하는 첨단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둘째,셋째에게도 고른 애정을 줘야 건강한 가정(국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남윤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