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 오르는 지방 주택시장] 공급 줄었는데 전세난으로 수요 급증…광주ㆍ전주 집값 '꿈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왜 오르나
건설사 분양가 인하
대림산업 등 20~30% 낮추자 전국 미분양 물량 빠르게 소진
중소형·맞춤형 설계도 한몫
전셋값 상승도 한몫
부산 전셋값, 매매가의 80%…집값 2년 새 수천만원 급등
무주택자 기존 아파트 매입 급증
건설사 분양가 인하
대림산업 등 20~30% 낮추자 전국 미분양 물량 빠르게 소진
중소형·맞춤형 설계도 한몫
전셋값 상승도 한몫
부산 전셋값, 매매가의 80%…집값 2년 새 수천만원 급등
무주택자 기존 아파트 매입 급증
대림산업은 2009년 말 전국에 4800여채의 미분양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미분양 해소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이 회사는 2009년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할인 분양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 덕분에 미분양 물량은 현재 1000채 이하로 줄었다. 남아 있는 물량은 대부분 중대형 평형이다. 대림산업은 대형도 소화시켜 오는 9월까지 미분양을 '0'채로 만들 계획이다. 배지환 마케팅 담당 상무는 "올 들어 미분양 해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및 매매가 상승으로 지방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초과된 지방 주택시장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신규 공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데다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멈춘 결과다. 3~5년 정도 공급이 중단된 여파가 작년 하반기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양대행 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신혼부부 등의 신규 수요나 재개발 · 재건축에 따른 멸실 등을 고려하면 지방 주요 광역시에선 매년 1만채 안팎이 공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고 이어 신규 분양시장에도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 분양가 책정
미분양 감소도 지방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물량은 8만4923채로 2008년 말 16만5599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미분양이 줄어든 데엔 건설사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거나 실질적인 혜택을 늘렸다는 사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만채 이상 미분양 물량을 갖고 있던 건설사들은 2008년까지 눈치를 보다 2009년 하반기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적극적인 할인 마케팅에 나섰다.
건설사들은 직 · 간접적인 방법으로 분양가를 최대 20~30% 선까지 낮춰 실수요자들을 유인했다. 분양가를 낮추거나 발코니 확장 등 내부 인테리어 무료,선납 할인,중도금 무이자 등을 통해 분양가 인하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
대우건설 유수현 마케팅담당 부장은 "전용 110㎡(40평형대 초반) 이하는 미분양 물량을 찾기 힘들다"며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 실수요층이 두터운 평형부터 빠르게 소화됐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도 수요 부추겨
급등한 전셋값은 지방 주택시장 회복에 가속도를 붙였다. 지방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신호는 가장 먼저 전셋값에서 나타났다. 공급 부족 여파로 중소형 위주로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부산과 대전에선 전셋값이 매매가의 80~9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영향으로 매매가가 수천만원 급등하기 시작했다. 전셋값 상승에 놀란 무주택자들이 하나둘 미분양 물량이나 기존 아파트 매입에 나섰다.
분양대행업체인 타이거하우징의 김태욱 사장은 "지방에서 촉발된 주택시장 회복세가 북상하면서 수도권에서도 중소형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사라지고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 맞춤형 설계
건설사들은 분양만 하면 성공하던 2000년대 중반엔 고객 니즈를 고려하지 않았다. 한 건설사 분양담당 임원은 "최대 용적률을 받기 위해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탑상형 평면을 적용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중대형 위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대형 아파트와 수요가 제한적인 주상복합 아파트의 미분양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분양시장 침체로 상황이 달라졌다. 혹독한 시련을 경험한 건설사들이 실수요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고객 맞춤형 주택을 적극 내놓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 예정 사업장마다 TF팀을 만들어 판상형 및 중소형 위주 단지로 구성하는 등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사양을 반영 중"이라며 "마감재 커뮤니티시설 등을 지역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항목으로 꾸민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