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미래는 바이오다.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라."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내린 특명이다. '그린바이오' 부문이 기술 경쟁력 확보와 함께 성장 곡선이 가팔라지면서 그룹의 차세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가격통제를 받는 기존 식품사업과 달리 전 세계 시장 독과점을 통해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도 이 회장이 '글로벌 바이오'를 강조한 배경으로 꼽힌다.

◆생산거점 미국 · 말레이시아로 확대

CJ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을 통해 바이오 투자 확대에 나섰다. 바이오 생산거점을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기존 3개국에서 미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 투자전략을 '순차적'이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정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기존 진출지역과 말레이시아 미국 등 신규 진출 지역에 대한 투자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먼저 내년 상반기 미국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신설지역은 바이오 제품 원료가 될 옥수수 주산지인 미국 중부지역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내년 상반기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 내 투자도 확대한다. 작년 12월 인수한 중국 전분 가공업체인 선양길륭옥미생화유한공사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방식으로 라이신 10만t을 추가 생산키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통해 2013년 바이오 매출을 지난해의 3배인 2조여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2013년 그린바이오 세계 1위 오른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바이오 · 사료 총괄 부사장은 "글로벌 경쟁사인 일본 아지노모토를 따돌리고 세계 그린바이오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시점은 2013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대한 투자는 내년 하반기,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선 2년 뒤부터 성과를 낼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CJ제일제당은 핵산 부문에선 2006년 아지노모토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른 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등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전 세계 핵산시장 점유율을 35%로 끌어올렸으며,인도네시아 공장에 추가 투자해 2013년엔 점유율을 43%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 회사는 또 3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하나인 라이신 시장에서도 2년 뒤 선두자리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25억달러 선인 라이신 분야에서는 점유율 1~2%포인트의 차이를 두고 중국 GBT,아지노모토,CJ제일제당이 1~3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투자가 라이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이 때문이다.

◆바이오 중심으로 바뀌는 이익 구조

CJ제일제당과 국내외 자회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34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2% 늘었다. CJ제일제당 영업이익(2077억원)이 설탕 사업 부진 등으로 인해 21%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자회사들의 성장은 나쁘지 않았다. 중국 등 해외 바이오 생산법인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78억원으로 22.4% 증가했다. 2008년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바이오 부문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 3개 법인의 영업이익이 CJ제일제당과 자회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4.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3%를 넘었으며 2013년엔 40%를 웃돌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CJ 지주회사를 통해 CJ제일제당을 지배해온 이 회장이 지난달 CJ제일제당 주식 13만7171주(1.07%)를 직접 사들인 것은 바이오 부문 육성에 대한 '의중'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 그린바이오

green bio.식품 발효기술을 이용해 옥수수 등 곡물에서 동물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을 추출해 내는 것을 말한다. 핵산 라이신 트레오닌 메티오닌 등이 주요 제품이다. 주로 사료 첨가제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