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대한 미국의 대응 전략이 당초 해당국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에서 '정권 개조(regime alteration)'로 무게 추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미국이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을 때는 현 지도부 교체 및 정권 이양 등을 주장했으나,바레인과 모로코 등의 시위대에게는 기존 정권과 협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미국이 개혁 의지를 갖춘 정권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바레인 등에 취한 것과 같은 전략을 모로코와 예멘 등에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바레인 정권이 무너지면 중동의 미국 동맹국들은 이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며,결국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태도를 바꿔 시위대에게 정권과 협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바레인을 시작으로 미국은 안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이동했다"며 "바레인은 무너지게 놔두기엔 너무나 중요하다는 점을 모두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런 전략이 역내 전략적 동맹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민주화 요구 시위를 미국이 무시했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