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 카이저' 모델하우스.1 · 2순위 미달 아파트에 청약하려는 3순위자들이 줄을 길게 섰다. 131~171㎡ 대형임에도 모든 평형이 마감됐다. 화명주공 재건축 단지인 이 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서 84.7㎡가 103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한 건설사 분양담당 임원은 "대형 평형 분양도 순조롭게 마감될 만큼 부산 주택시장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지방발(發) 부동산시장 훈풍이 불고 있다. 견본주택 문을 열면 예비청약자와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몰리고 중대형 분양도 호조세다. 미분양 물량이 크게 줄고 경매시장도 뜨겁다. 지방 주택시장 회복세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으로 빠르게 북상 중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8만4923채로 전달보다 3783채 줄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방 미분양 해소가 두드러져 전달보다 3267채 감소한 5만6027채로 집계됐다. 미분양이 많아 그동안 '건설업체의 무덤'으로 불린 대구도 1월 말 현재 1만2380채로 783채나 줄었다. 2008년 12월 1만2384채에 이르던 광주광역시 미분양 물량은 지난 1월 말 1259채로 2년 새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경매시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지법 경매시장 낙찰가율은 아파트 93.9%,연립(빌라 다세대 포함) 120.1%였다. 연립은 감정가보다 20% 비싼 값에 팔렸다는 얘기다. 이는 수도권 대비 아파트는 10%포인트,연립은 25~3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반면 수도권은 회복세가 더디다.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의 집값은 소폭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남권과 목동,분당 · 평촌 등 1기 신도시에서는 호가가 하락했다. 수도권은 지난 1월 말 악성 물량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9540채로 811채 늘었다.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거래세 감면이 지난해 말 끝난 이후 관망세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투자 자문회사인 유니에셋의 윤기식 대표는 "이달 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끝나면 설 연휴 이후 관망세로 돌아선 수도권 매수세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