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개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기와 폭이 문제다.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에서도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구제역 파문 등으로 인한 인사 요인이 적지 않지만 청문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무 라인에선 개각에 대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시기와 관련,내달 27일로 예정된 재 · 보선 전이냐 후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순차적 개각에 무게?

전면 인사 쇄신 요인은 적지 않다. 우선 구제역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지난해 말부터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놓고 여당에서도 이미 국정원장을 비롯한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 상황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전셋값 폭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회현동 아파트를 5억원에 전세로 내놓은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친자 확인 소송으로 뒷말을 낳은 적이 있다.

정권말로 가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만연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다잡기 위해서도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한목에 청문회를 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현 정부 들어 주요 인사 10명이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7일 "대폭 개각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청문회 과정에서 그만큼 시빗거리가 많아지고,또 한 명이라도 낙마자가 생기면 집권 4년차 국정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순차적 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더해 이만의,정종환 장관까지 한꺼번에 개각 대상에 넣을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후 면모 일신 필요

청와대 관계자는 "개각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시기를 놓고 '4 · 27 재 · 보선'전에 하는 게 좋은지,후에 하는 게 좋은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참모들 사이에서 의견이 팽팽해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전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선 구제역과 물가,전세난,동남권 신공항을 비롯한 주요 국책사업 지연 등으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조속하게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의 민심을 보면 상상 외로 좋지 않다"며 "관련 장관의 책임을 묻는 형태로 털고 가지 않으면 선거 패배는 불보듯 하다"고 말했다. 개각에 대한 여당의 압박이 거센 것도 선거전 인사 필요성의 한 요인이다.

그렇지만 신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이런저런 의혹들이 제기되면 오히려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선거 후 개각을 내세우는 측의 논거다. 한 참모는 "선거에서 지게 된다면 어차피 면모 일신을 해야 하는 만큼 선거 후에 개각을 하는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