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공황이 닥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영국 중앙은행에 대해) 분노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63 · 사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연이어 강한 어조로 '자아비판'을 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그는 "영국에 2차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 금융계는 킹 총재의 잇따른 강성발언을 강력한 금융개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킹 총재는 지난 주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에 금융권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도 "금융위기의 잘못은 금융 관계자들에게 있지만 그 대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일반 국민들이 감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킹 총재의 '속죄 발언'에 대해 영국 정부의 금융개혁에 힘을 더하기 위한 계산된 언급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영국 정부는 은행의 소매금융과 투자금융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9월에는 금융개혁안 관련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킹 총재가 전략적인 '후회 발언'으로 BOE 총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과거 금융위기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앞으로 닥칠 추가 위험 예방에 대한 명분을 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그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개혁 필요성에 대해 목청을 높였다. 킹 총재는 "은행이 단기수익에 매몰되고 고액 보너스에 눈길이 쏠려 카지노처럼 되다보니 금융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킹 총재의 강성발언에 런던 금융계 고위 인사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던가 "은행업 현실을 모르는 노인의 탁상공론"이라며 반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