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가처분소득 대비 저축액)은 2.8%로 추락했다. 자료가 제시된 OECD 20개 회원국의 평균 저축률 6.1%는 물론,빚을 내서 소비한다는 미국(5.7%)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20%를 웃돌던 옛 저축 강국의 면모가 사라진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저축률 급락은 가계와 기업의 불균형 성장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 둔화,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 증가,사교육비와 통신비 등 지출 급증,장기간 계속된 저금리 기조 등 복합적인 요인 탓이다. 가계 빚이 800조원에 육박,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 여력이 있을 리 없다. 게다가 고령화가 급진전되고 있어 자연스런 저축률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로 인해 거시경제의 안정 기반이 흔들리고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의 투자여력이 메마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가계저축률 제고가 절실한 이유다.

문제는 저축률을 높일 수 있는 묘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 개선을 위해 내수 부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비 축소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결국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가계쪽으로 소득 배분이 많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길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규제완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 가계소득 기반을 두텁게 하고 취약계층의 자활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은 기업 부문이 많은 흑자를 내고 있어 국가 전체의 총저축률은 문제가 안될지 모른다. 하지만 가계저축 부진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기업투자를 충당하지 못하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낮은 저축률로 인해 경제가 뒷걸음질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