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넘치던 용인, 전세난에 중소형 '불티'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인근 신동백 롯데캐슬 아파트.총 2770채 규모로 작년 1월 분양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 1월까지 절반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달 새 500여채가 팔려 분양률은 70%대를 넘어섰다. 최낙균 롯데건설 마케팅팀 부장은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에서 5%로 낮췄을 뿐 분양조건을 크게 바꾸지도 않았는데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며 "용인지역에서 전용 85㎡대 매물과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동백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 84~99㎡가 전체의 70%에 이른다.

◆자취 감춘 중소형 매물

전세난을 피하려는 분당 · 판교 세입자들의 실수요에 힘입어 용인지역 주택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용인지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3186채로 이 중 전용 85㎡ 이하는 108채로 나타났다. 신동백 롯데캐슬처럼 시공 중인 단지에서도 85㎡ 이하 미분양 물량은 거의 없다. 성복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층 · 향이 좋지 않은 것을 제외하곤 중소형 물량은 없다"고 전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판교와 분당의 전셋값 급등이 용인 중소형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복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작년 가을부터 기존 주택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더니 올해는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며 "판교 분당 등의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뛰거나 반전세로 전환되면서 100만원가량을 월세나 이자로 낼 처지에 놓이자 용인지역 아파트를 사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들이 몰리면서 용인지역 전셋값이 최근 5000만~6000만원 급등한 것도 매수세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기존 중소형 아파트도 강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11월 0.09% 오르며 상승 전환한 이후 12월 0.32%,올 1월0.42%,2월 0.24% 등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전용 60~85㎡ 규모 아파트는 월 최고 0.64%의 상승률을 보이며 가격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이달 들어 상승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집값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대형은 냉기 여전

중대형 아파트는 매수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 완공 후 미분양 물량의 96%인 3078채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들이다.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용인 주변에 신도시가 대거 들어서면서 강남 및 수도권 남부의 고급주택 수요를 흡수해온 용인의 매력이 많이 떨어져 중대형 매수기반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5921채의 미분양 물량과 8000여채의 올해 공급대기 물량을 감안하면 용인지역 중대형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은 중소형 평형 위주로 단지설계 변경을 서두르고 있다. 성복동에서 아파트 1628채를 분양할 예정인 고려개발은 80%이던 85㎡ 초과 물량을 4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현대건설도 하반기 용인에서 분양할 예정인 아파트의 평형을 전용 110㎡에서 85㎡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