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영업을 주로 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들의 광고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통상 광고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B2B 기업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장기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KADD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200대 광고주 가운데 B2B 기업의 4대 매체(신문 TV 라디오 잡지) 광고비는 지난해 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3.3% 증가했다. 이 중 TV 광고비는 463억원으로 44.1%,신문은 150억원으로 54.0% 늘었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품목을 일부라도 제조하는 LG하우시스(창호) KCC(페인트) 등은 제외한 것이다.

올해 하이닉스반도체는 현대전자에서 사명을 바꾼 200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며,STX는 3년 만에 TV광고를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산업의 본질을 이해시키고 애국심 및 캠페인성 주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광고를 집행한다. STX는 지난 1월부터 STX유럽이 건조한 세계 최대 크루즈선 '얼루어 오브 더 시즈'호가 미국 마이애미항을 지나는 모습을 광고로 방영하고 있다. 'STX가 만든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자부심이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B2B광고의 대표적인 기업인 포스코는 지난달 24일 선보인 '상생의 길-차마고도' 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한 아이가 고단한 이동길에 노새에게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주는 모습,'함께 가자 같이 가자'라는 배경 음악 가사 등을 통해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인 철강 기업을 따뜻한 이미지로 전환시켰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기업과 일상생활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광고에서 휴대폰에 사용되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가 앞으로 휘거나 접을 수 있고 3차원(3D) 영상까지 나타내는 디스플레이에 쓰일 것임을 보여주며 AMOLED를 만드는 기업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기업들도 B2B 분야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 국제 항공화물 수송에서 6년 연속 세계 1위라는 점을 부각시켰고,세계 내시경 점유율 1위인 올림푸스는 지난해 내시경으로 인류가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을 전했다.

B2B 기업 광고가 늘어나는 것은 품질과 가격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광고를 통해 신뢰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은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상필 한국광고학회장(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소비자들이 컴퓨터에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장착됐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부품까지 고려하며 구매하기 때문에 B2B와 B2C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