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들은 자문형 랩(랩어카운트)의 포트폴리오를 여러 증권사에 비슷하게 자문해주고 있지만 운용 성과는 증권사별로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문형 랩에 투자할 때는 자문사뿐 아니라 증권사들의 운용 실력도 견줘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이 운용하는 레오투자자문 자문형 랩의 최근 1개월 수익률(2월25일 기준)은 -6.5%로,현대증권의 레오 자문형 랩 수익률(-7.5%)과 1.0%포인트 차이가 났다. 같은 시기 운용을 시작한 한국창의투자자문 자문형 랩도 우리투자(-3.9%) · 한국투자(-4.0%) · 미래에셋(-4.1%) · 현대(-4.2%) 등 증권사마다 수익률이 조금씩 달랐다.

특정 자문사가 같은 투자전략을 펴는 자문형 랩에 대해 증권사들에 거의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데도 성과는 증권사마다 달라진 것이다. 심지어 수익률이 2%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자문형 랩 상품도 있다.

피데스자문의 자문형 랩은 현대증권에서 한 달간 -2.6%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미래에셋증권에선 -4.9%로 두 배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슈프림투자자문의 자문형 랩 수익률도 한국투자증권(-5.0%)과 우리투자증권(-2.9%) 간 큰 격차가 생겼다.

이 같은 현상은 증권사별로 자문형 랩을 운용하는 실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자문사들이 종목 포트폴리오를 매일 증권사에 보내면 증권사가 자문형 랩 계좌의 종목별 투자비중,매매시점,주문호가 등을 최종 결정한다.

A투자자문 대표는 "증권사가 특별한 투자전략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가장 긍정적으로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여러 증권사에 동시에 보내고 있는데 나중에 결과를 받아보면 증권사별로 종목 비중,주문시점 · 호가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자문형 랩의 설정 시기가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증권 랩운용팀 관계자는 "자문사가 같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해도 랩 운용을 시작한 시점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수익률의 가장 큰 차이는 장 시작 전에 받은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장중 운용인력들이 어떻게 사고파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랩에서는 자문사의 자문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운용 주체인 증권사의 과거 운용 성과와 규모 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