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가 16년간 추진해온 호주 와이옹 석탄광산 개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7일 광물자원공사와 호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 주(州)정부는 최근 광물자원공사와 SK네트웍스,㈜경동,일본 종합상사 소지쓰가 공동 투자한 와이옹 석탄광산에 대한 채굴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탄광 개발로 삼림 훼손과 수질 오염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와이옹 탄광 개발을 둘러싸고 229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와이옹 탄광에서 향후 28년간 매년 500만t의 석탄을 캐 국내로 들여온다는 계획이 물거품될 상황에 빠졌다. 또 한국 기업이 투자한 약 400억원의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물자원공사를 주축으로 한 한 · 일 컨소시엄은 1995년부터 와이옹 탄광 투자에 나서 그동안 4000만호주달러(440억원)를 투자했다. 투자 지분은 광물자원공사 82.25%,SK네트웍스 8.5%,㈜경동 4.25% 등 한국컨소시엄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5%는 일본 소지쓰가 보유하고 있다. 지분 비율대로 계산하면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금액은 약 418억원이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탄광 개발을 위해 매입한 부지를 매각하면 어느 정도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손실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16년간 공들인 사업이 무산된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번 탄광 개발 불허가 오는 26일 총선을 앞두고 주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노동당 주정부의 '정치적 결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환경 영향 평가를 맡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계획승인위원회(PAC)가 지난 2일 "탄광 개발을 허가해도 좋다"고 권고했는데도 주정부의 담당 장관이 4일 임기를 몇 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다.

광물자원공사는 이에 따라 호주 주정부에 이의 신청을 하는 한편 총선 이후 출범하는 새 주정부와 광산 개발을 재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광물자원공사 호주법인 관계자는 "과거 금광 개발 업체의 개발 신청이 반려됐다가 재신청 후 허가를 얻어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야당연합(자유당+국민당)도 와이옹 탄광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상태여서 새 주정부와의 협의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현지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광산 개발은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데다 각종 변수가 많아 실패 확률이 높다"며 "와이옹 탄광은 이런 위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으로 호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와이옹 탄광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도인 시드니에서 차량으로 1시간반 정도 떨어져 있다. 석탄 수출항인 뉴캐슬항이 인근에 있고 석탄 품질이 우수해 채산성이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