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치자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국회가 스스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7일 정치자금법 논란과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은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부담을 느끼거나 편법을 쓰도록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법인이 정치자금을 내도록 유도하게 돼 기업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정치권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개정안과 같은 수준으로 정치자금법을 풀어버리면 기업들로선 갈등이 발생했을 때 후원금을 통한 로비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같은 본연의 역할보다는 정치권 로비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법 개정의 원래 취지였던 정치자금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미국식 로비법의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가 여론의 눈총을 받으며 정치자금법을 '개악'하는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1946년 연방 로비규제법을 제정한 뒤 1995년 로비공개법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단체가 투명하게 로비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로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선물과 뇌물의 기준을 정해놓고,로비스트의 등록과 활동내용을 의회 등에 공개해 누가 누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에는 어찌됐건 돈이 필요하고,이익 대변을 위한 각종 활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법으로 관련 절차와 기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법을 만들면 기업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입법로비를 누구보다 경계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입법로비를 허용해 달라는 황당한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면 관련 의원 모두를 상대로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