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개발된 '명품무기'의 핵심부품에 줄줄이 결함이 드러나면서 국내 방위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7일 방위사업청과 관련업체에 따르면 현재 결함이 드러나 보완 중인 명품무기는 K-11 복합형소총과 K-21 보병전투장갑차,K-9 자주포,K-2 흑표전차,유도탄고속함(검독수리-A) 등 5종이다. 이 무기들은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0대 국산 명품무기로 선정한 것이다. 개발비용으로 수천억원씩 투입됐다. 흑표전차의 독자개발에만 3125억원이 들어갔다. 이들 무기는 수출은커녕 우리 군도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불신 무기'가 됐다.

◆군도 못 믿는 국산무기

현대로템에서 생산하는 K-2 흑표전차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3조922억원을 투입해 397대를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이 말썽을 일으켜 현재 생산라인이 중단돼 있다. 2008년 독일제 파워팩을 사용해 시험평가를 통과했지만 군이 자체 엔진 생산을 결정,국산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1500마력짜리 엔진을 담당했고 S&T중공업이 자동제어방식의 전진 6단 · 후단 3단 변속기를 개발했지만 지난해 12월 실시한 동력장치 시험평가에서 냉각팬 제어 불량으로 엔진 보호에 실패한 것이다.

방사청은 "지난해 10월 사고 원인에 대한 기술적 분석과 개선방안을 도출했으며 이번달 말께 개선 성능시험을 하고 4월 이후 전력화를 재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2747억원을 들여 개발한 K-21 장갑차는 지난해 7월 도하훈련 도중 침몰했다. 전 세계 20t급 이상 장갑차 가운데 유일하게 도하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지만 설계상 문제로 인해 부력 부족,전방 쏠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600만원 K-11 소총,사격통제 안 돼

한 정당 무려 1600만원을 호가하는 K-11 복합소총은 최근 발견된 문제만 해도 열상화면 화질 저하,사격통제장치 몸체 내부균열,전원단락의 오류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오쉬노부대에 보급된 20정 중 7정에서 사격통제장치의 불량 현상이 추가로 발견돼 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연평도 등에 실전 배치돼 있는 K-9 자주포는 지난해 8월 방향 제어가 안 돼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군사전문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적으로 무기를 제작하지만 규격에서 합격만 되면 이후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실제 무기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상시 책임지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