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만든 특별위원회들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

국회 내 특위 무용론이 거세다. 국회 재적의원 296명에 특위만 100개다. 민주당은 86명의 의원이 52개의 특위를 가동 중이다. 가히 특위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활동 자체도 미미하고 결과물도 시원찮다. 국회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특위의 경우는 혈세만 축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여야가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일단 특위부터 만들자'고 경쟁하듯 나선 결과"라고 풀이했다.

◆기한만 연장하며 혈세 축내는 국회 특위

7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회에서 활동 중인 특별위원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회 차원의 특위는 15개,한나라당 특위는 33개,민주당 특위는 52개 등 총 100개에 달했다. 재적의원 296명에 100개씩 특위가 만들어졌으니 겹치기 출연과 비효율적 운영을 피할 수 없다.

이 중 특히 국회 특위의 활동이 비판을 받고 있다. 혈세를 지원받으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18대 국회 들어 만들어진 특위는 2월 임시국회 때 구성된 5개 특위(민생특위,남북관계발전특위,정치개혁특위,연금제도개선특위,공항 · 발전소 · 액화천연가스 · 임수기지주변대책특위)를 제외하고 총 26개였다. 이들 특위에는 연 평균 2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특위 위원장을 맡으면 월정직책급(214만원),직급보조비(165만원)와 차량유지비(100만원) 등 480만원가량이 지원된다. 위원회 활동비로 나오는 600만원은 간사를 포함한 의원들이 나눠서 사용한다. 한 달에 1000여만원씩 공식 지원되는 셈이다. 이 밖에도 일이 있을 때마다 여기저기 다니는 출장비도 추후에 정산해주고 영수증 없이 사용 가능한 특수활동비도 배정된다. 그동안 26개 특위에 총 44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렇게 돈을 쓰고 활동 성과는 거의 없다. 이들 특위는 총 149회 회의를 열었다. 3년 가까이 겨우 5.7회씩 회의를 한 셈이다. 평균 활동기간은 7개월가량이었다.

정치개혁특위와 행정체제개편특위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자금,선거구역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곳이라 갑론을박만 있었을 뿐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과물은 없이 기한만 벌써 세 번씩이나 연장했다. 예산만 축내는 셈이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특위 위원장은 예산도 받고 대우도 좋기 때문에 여야 중진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면서 "공청회를 열고 나서 관련부처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해외 시찰을 떠나는 게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만 52개 특위 가동

여야 당내 특위들도 난립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당내 15개에다 정책위 산하에 12개 특위를 더 두고 있다. 특위가 많다 보니 당에서조차 활동 내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한미비전특위는 지금 활동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한미비전특위 소속 고승덕 의원 측은 "현재 활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에는 특위가 무려 52개에 달한다. 이 중 △수권정당을위한당개혁특위 △연대연합특위 △저출산및고령사회대책특위 △전월세대책특위 △구제역 · 조류독감(AI)및축산업대책특위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특위 등 7개는 그나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MB언론악법저지와언론자유수호특위 △자유무역협정(FTA)대책특위 △우리아이지키기특위 △쌀값폭락대책특위 △비리사학재단복귀지지대책위 등 30개는 휴면상태거나 아예 활동 기록이 없다. 심지어 신종인플루엔자대응특위의 위원장을 맡았던 이석현 의원은 "당시 신종플루가 심각해 특위를 만들었는데 회의도 거의 안했고 금방 없어졌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활동한 내역이라곤 수원의료원을 방문해 환자의 격리치료 현장을 답사한 게 전부였다고 답했다.

민지혜/김혜정/조미현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