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女帝' 사블리코바, 런던올림픽 사이클 도전

오는 10일 개막하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의 한 시즌이 종착역을 향해 가는 가운데 빙판을 주름잡던 세계적인 스타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7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여자 장거리 제왕' 마르티나 사블리코바(24·체코)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사이클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사블리코바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와 5,000m 정상에 오른 주인공이다.

올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009~2010년 연속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4차례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살 때 코치의 권유로 스케이팅을 시작한 사블리코바는 변변한 400m 트랙도 없고 등록 선수도 70여 명에 불과한 체코의 현실을 혹독한 훈련으로 이겨내고 빙속 영웅으로 우뚝 섰다.

올림픽을 제패한 직후인 지난해 여름 자국 내 사이클 선수권대회인 타임트라이얼에서 우승한 사블리코바는 내친김에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물론 아예 종목을 바꾸는 건 아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2연패에 도전할 예정이어서 사블리코바와 코치는 런던 올림픽에서의 '외도'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방법을 찾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10,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23)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며 축하하던 장면으로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밥 데용(35·네덜란드)도 색다른 도전에 나선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벌써 71번째 10,000m 경기를 펼치는 데용은 골프와 사이클, 인라인 스케이트, 산악, 스키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는 만능선수기도 하다.

이미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0,000m 정상에 올랐던 데용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신생 종목 출전을 검토하고 있다.

데용은 "소치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대신에 스키 크로스에 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스타일 스키의 일종인 크로스는 다양한 장애물이 놓인 슬로프를 여러 명이 동시에 달려 승부를 겨루는 경기로, 밴쿠버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미 네덜란드 스키협회에 자격증 신청을 해 놓은 데용은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국제 대회 데뷔전도 치를 계획이다.

데용은 "이 종목에서 내게 기회가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

스피드스케이팅 덕에 기본은 갖추고 있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 은퇴한 독일의 '빙속 여제' 아니 프리징어(34)는 비행기 조종사로 새 삶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징어는 "꼭 조종사 면허를 따서 언젠가는 승객들을 태우고 하늘을 날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