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마이바흐와 자전거, 그리고 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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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부는 우리에게 어떤 형태의 웰빙을 제공하거나 다른 형태의 부로 교환할 수 있게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웰빙(well-being)이란 말은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부를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니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자가 모두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삶은 부(富)가 주는 것이 아니라 부를 통해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즉 부(富)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 부는 더 이상 웰빙을 제공하지 않는다. 며칠 전 CEO의 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게 한 기사 하나를 보았다. 한 기업의 전 CEO가 구속을 당했다는 기사를.
그는 창업 초기 국내 최고의 종합 폐기물 처리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몇 안 되는 직원들과 함께 직접 중장비를 다뤄가며 현장에서 땀을 흘렸고 지금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한때 자산가치만 2000억이 넘는 종합폐기물 업체의 국내 1위 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까지 한 회사의 CEO였지만 그 끝은 구속이었다.
그는 소규모 폐기물 처리업체 사장에서 코스닥 CEO로의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지만, 코스닥 상장 이후 돈 쓰는 맛에 물들어 초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8억 원이 넘는 고급차를 타고 다니며 원정 도박에 하다가, 결국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신세가 되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면 초심을 잃지 않고 관리를 잘 하겠다고 말한다. 특히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넓은 집과 고급 자동차의 소유다.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그 이유다. 그 화려한 변신이 앨빈 토플러가 말하는‘어떤 형태의 웰빙’이 될 수도 있다. 관리 잘하면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하지만 부자가 자기 관리에 실패하면, 부가 제공하는 것은 웰빙이 아니라 일빙(ill-being)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3D업종의 CEO지만 한결 같이 초심을 잃지 않은 중국의 한 청소업체 CEO가 있다. ‘뤼인’이라는 청소용역 전문업체로, 그 회사대표 리우즈지는 작은 버스 청소용역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건실한 청소회사로 만든 사람이다. 오직 정직과 성실함으로 지금의 규모로 회사를 키워온 사람이다.
2002년 한 회사에서 청소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규모가 커서 입찰에는 그를 포함하여 많은 청소업체들이 참가했다. 입찰 당일 다른 용역업체 사장들이 대부분 고급 자가용을 타고 나타났지만, 리우즈지 대표는 평소에 타고 다니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갔다. 다들 고물 자전거에 청소복을 입은 그를 보고 어이없어 했다.
잠시 후 입찰이 끝나고 결과는 리우즈지의 회사‘뤼인’에게 청소용역이 맡겨졌다. 그의 회사로 결정된 이유는, 회사대표가 청소부의 본분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표가 그런 사람이라면 그 회사는 틀림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행한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모습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부자는 굳이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부자가 마이바흐보다 자전거 타는 게 행복하면 그것이 웰빙인 것처럼, 웰빙은 과시욕이 아니라 일을 통한 행복한 마음인 것이다.
부자는 근면으로 만들어진다. 근면에서 멀어지면 그 부자의 운도 다하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부자가 자기 포장에 열심인 것은 마음 한 구석에 열등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을 포장할수록 자신의 운도 그만큼 소진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부자가 되려면 부에 대한 열등감부터 버려야 한다. 부에 종속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진정한 웰빙인 것이다. (hooam.com/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