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재스민 혁명으로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증시의 최대 복병이 되었다. 벌써부터 ‘2008년식 나선형 복합위기(물가급등→ 금리인상→ 자산가격 급락→ 마진 콜→ 디레버리지→ 투자국 전염→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는 것인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3년 전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자. 길게 보면 9.11테러 이후 자산시장을 감안하지 않는 통화정책방식인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2004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1% 수준까지 대폭 인하됐다. 이 때문에 자산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른 ‘부(富)의 효과’와 초저금리 효과가 겹치면서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됐다. 그 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자산가격간 악순환 나선형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자산시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실물경기도 실제성장률이 잠재수준을 훨씬 웃돌면서 물가압력이 누적됐다. 이런 상황 속에 2007년 여름 휴가철 이후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PER(기업수익대비 주가비율) 등이 일제히 거품신호를 보내자 자산가격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저금리와의 악순환 고리가 차단되기 시작됐다. 이때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때 인플레 우려에 따라 자산가격 하락을 촉진시켰던 것은 국제유가였다. 2008년초 불과 70달러대였던 유가가 불과 6개월 사이에 140달러대로 치솟자 인플레 우려가 확산됐고, 자산가격 급락으로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에 걸린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들이 디레버리지(자산회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됐다. 3년 후인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이번에는 자산시장을 감안한 통화정책 방식인 이른바 ‘버냉키 독트린’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도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점을 들어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정책을 계속 추진 중이다. 최근까지 미국 등 선진국들은 디플레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인플레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흥국 경기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이를 쫓아가는 선진국 자금의 유입으로 이들 국가의 자산시장은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급등했다. 대부분 신흥국들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외국자금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만 하더라도 지난해 7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린데 이어 국내 외국은행 지점의 선물환 한도 제한 등을 추진했다. 이 상황에서 재스민 혁명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신흥국들은 인플레에 비상이 걸리고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자산가격이 많이 오른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을 중심으로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하락국면에 진입하는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까지 전개되는 상황만 놓고 본다면 2008년과 너무나 흡사해 이러다간 당시의 나선형 복합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론적으로 이런 우려가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와 다른 하나는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 정도에 좌우된다. 이 두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효과’가 발생한다. 2008년 당시 인플레 부담으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가지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신흥국들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최악의 경우 인플레 부담으로 자산가격이 폭락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플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신흥국에서 앞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해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은 자국 국민들에게 대부분 전가된다는 것이 2008년 당시와 다른 점이다. 그런 만큼 최근 추진되고 있는 자산거품 방지와 인플레 대비책은 자국 국민들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겠으나 신흥국 자산가격 급등이 선진국의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기인하고 인플레가 주로 공급측에서 제공하는 만큼 금리인상은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 대신 외자에 대한 방어책과 함께 통화절상, 임금 등 각종 가격통제,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설득 등을 통해 자산시장 연착륙과 인플레 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