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일간지 칼럼을 쓰면서 같은 시기에 글을 쓴 분들끼리 모임을 갖게 됐다. 이들은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이었고,역시 만남은 다양한 주제의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미로웠다. 몇 번의 만남에 그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갔다.

특히 같은 여성이라 공감대가 더 커서일까 모 여대 총장의 이야기는 신선할 정도였다. 그분의 할아버지는 못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셨다고 한다. 못 공장이 돈을 잘 번다 하니 주변에 또 다른 못 공장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단다. 못을 만드는 과정에는 뾰족하게 박혀야 하는 부분에 잔여물이 남아 그것을 낱낱이 떼어내 정리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단다. 할아버지는 그걸 없애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경쟁 속에서도 그 할아버지 공장의 못이 계속 잘 팔려 나갔다고 한다. 이 공장의 못은 쉽게 잘 박히니 누구나 다시 못을 살 때는 이 공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큰돈을 버셨고,나중에는 경부선의 철로를 놓는 회사로까지 성장했다고 한다.
총장이 되기 전 식품영양학 교수였던 또 한 분은 음식의 영양소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TV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었다. 그 방송의 시청률은 대단했으며 다음 날 슈퍼에는 전날 다뤘던 식품이 품귀현상이 날 정도였단다. 자신이 이론적으로 박식한 영양소에 대한 지식을 주기보다는 각 식품들이 우리 몸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쉽게 한 것이다.

못은 잘 박혀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했던 할아버지처럼 음식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는 음식의 기본 역할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대를 이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아주 단순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본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옷을 만드는 필자가 늘 생각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옷을 입는 그녀 그대로의 모습이 표현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려한 장식으로 과장되게 치장된 옷보다는 몸매를 살려주는 실루엣과 그녀의 이미지에 맞는 원단을 고르는 일이 디자이너로서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들어내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이미지는 순수하고 기품 있는 고귀함이다. 신부로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10년,20년이 흐른 뒤에도 자신의 모습을 추억할 때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띠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기본에 충실한 디자이너로서 하루를 맞기를 소원한다.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기본을 지키는 것만이 자신을 당당하게 지켜 나갈 수 있으며,그 당당함으로 인한 긍정적인 사고와 끓어오르는 열정은 창의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기업가정신이고,이윤은 내가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은 기업가정신이라고 한 어느 유명 벤처사업가의 말이 이 새벽에 머리를 스친다.

황재복 < 황재복웨딩 대표 zenia8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