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성교육은 가정과 사회,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입니다. 남은 일생을 바쳐 인성교육이 국민운동으로 정착되도록 틀을 만들겠습니다. "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의 대부이자 전도사로 불리던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79)이 인성교육에 발벗고 나섰다. 이 회장은 최근 전국 초 · 중 · 고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큰 곰)는 책을 펴냈다. 그는 "왕따,가출,자살,학교폭력 등은 일류 대학,1등만을 강조하는 부모의 욕망이 야기한 일그러진 청소년들의 모습"이라며 "아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성교육은 곧 인생교육이며,세상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나(나를 스스로 경영),남(남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일(일을 합리적으로 처리)'이라는 3대 목표를 제시한다.

"인성교육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죠.부모가 한 달에 1시간만 투자하면 아이가 달라지고 가정도 제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

그가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2005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을 끝으로 경영에서 물러나면서부터였다.

"어느 날 집에 손자가 왔어요. '공부 잘하냐''예''공부 말고 또 뭐 하는 게 있어''농구요' 라는 짧은 몇 마디 대화로 끝났어요. 손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컴퓨터 게임을 했죠.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평생 쌓아온 경험을 손자들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이 회장은 손자 10명을 한 달에 한 번 1시간 동안 불러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고 토론하는 자리를 몇 달간 마련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확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식과 부모 간에도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손자들을 가르친 방법을 정리해서 박약회(博約會) 지부와 연계해 전국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강의는 박약회가 발판이 됐다. 박약회는 퇴계 15대 종손의 사위인 이 회장이 1987년 몇몇 지인들과 안동 도산서원의 기숙사인 박약재에 모여 퇴계 선생의 사상과 행실을 배워,도덕국가를 재현하기 위해 만든 모임.초대 회장은 고 김호길 전 포항공대 총장이며 이 회장은 현직 2대 회장이다. 전국에 24개 지회,40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이 회장은 2006년부터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700여개 학교에서 학부모 9만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인성교육 추진단도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09년 초 · 중 · 고 퇴임 교장 및 교사 30여명이 '인성교육실천추진단'을 결성,활동 중이다.

이 회장은 삼보컴퓨터와 두루넷을 세워 국내 첫 PC 생산과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기반을 다졌다. 이화여대 교수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숙명재단 이사장,퇴계학연구원 이사장도 맡고 있다.

그는 올바른 인성교육은 사회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성을 중요시합니다.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자칫 리더가 욕심 많고 직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그 조직은 죽게 됩니다. "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