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9)이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PGA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에서 끝난 미국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72타(68 · 71 · 67 · 66)로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챔피언 로리 사바티니(남아공)에게 1타 뒤져 61만5600달러(약 6억8700만원)를 받았다. 그의 시즌 상금은 106만8396달러로 이 부문 12위로 뛰었고,세계랭킹도 지난주 43위에서 29위로 14계단 올랐다.

2008년 투어에 데뷔한 양용은은 올해 출전한 다섯 대회에서 세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오는 10일 밤에는 세계 톱랭커 들이 출전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 캐딜락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에 재도전한다.

◆스윙 크기 줄이고 상체 '턴…턴…턴'

양용은은 2009년 US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지난해 성적이 부진하자 스윙 교정에 들어갔다. 오버스윙을 하지 않는 대신 상체 회전을 많이 하는 스윙으로 바꾼 것.지난해까지는 백스윙 때 손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톱에서 샤프트가 지면과 평행단계를 지나버리는 오버스윙이 나왔다. 오버스윙이 잦자 '백스윙을 작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그러다 보니 거리도 덜 나가고 방향성도 좋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어드레스 때 손목을 세워 백스윙 폭을 줄이는 대신 어깨 · 몸통 회전을 많이 하는 동작으로 교정했다. 상체 회전을 많이 하자 오버스윙이 줄어든 것은 물론 힘도 붙었다. 시즌 초부터 우승다툼을 할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다.

양용은은 "이번 대회 1~3라운드에서는 교정한 스윙이 제대로 구사됐는데 마지막 날에는 드라이버샷이 좀 들쭉날쭉했다"고 말했다. 스윙 교정이 100% 몸에 배지 않았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양용은의 21년지기인 박경구 프로는 "아이언샷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평가한다. 양용은의 쇼트아이언샷은 목표까지 120야드 이내 거리를 남겼을 때 가장 빛난다. 이날도 3,10,13번홀에서 버디를 잡거나 소중한 파세이브를 하며 사바티니를 바짝 쫓았다. 쇼트샷을 홀옆 1m 안에 붙인 것만 네 번이었다.

최종일 드라이버샷은 일곱 홀에서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그러나 나무가 걸린 2번홀에서 유일한 보기를 했으며 나머지 홀에서는 리커버리샷으로 파(버디)를 기록했다.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은 "14번홀 두 번째 샷처럼 몸과 클럽이 일체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몸이 일찍 열릴 땐 페이드가,상체를 먼저 돌릴 땐 훅성 구질이 몇 차례 나왔다"고 분석했다.

◆롱아이언 빼고 하이브리드만 3개

미PGA 투어프로 가운데 3,4번아이언을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더러 있지만 5번아이언마저 빼버린 선수는 양용은이 유일하다. 양용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드 2개(3,5번)와 하이브리드 2개(3,4번)를 갖고 플레이했다. 그러나 올해는 하이브리드를 하나(5번) 더 추가했다. 그 대신 5번아이언을 뺐다. 가장 긴 아이언이 6번이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클럽 구성이다.

양용은의 골프백 커버를 벗기면 헤드덮개를 씌운 클럽이 일곱 개나 되는 것에 놀란다. 드라이버와 퍼터,우드 2개와 하이브리드 3개가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대회가 열린 PGA내셔널 챔피언코스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면 롱아이언은 필수적이다. 54세의 베테랑 닉 프라이스가 "이 대회를 앞두고 방치해뒀던 3,4번아이언을 백 속에 집어넣었다"고 말할 정도다. 파3인 5번(205야드),7번(194야드)홀에서 양용은의 동반플레이어들은 3~5번아이언으로 티샷을 했으나 양용은은 하이브리드로 그린을 공략했다.

박경구 프로는 "양용은 선수는 어떤 클럽으로도 깔아치는 것은 자신 있어 한다. 그에게는 띄워치는 샷이 문제이기 때문에 띄워치기 좋은 하이브리드를 더 보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