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차로 2위를 차지했지만 양용은은 이날 특유의 배포와 무심타법을 보여줬다. 양용은은 '오늘의 샷'이라고 하기에 손색없는 스윙을 15번홀에서 선보였다.

이 홀은 '베어 트랩(bear trap · 15~17번홀)'이 시작되는 곳으로 길이 179야드짜리 파3홀이다. 오른편은 온통 워터해저드인데다 핀마저 그린 오른편에 꽂혔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해저드에서 3m 공간 밖에 없는 핀을 향해 샷을 하기 어려운 곳.호주의 아담 스콧이 첫날 8타(퀸튜플 보기)를 친 곳이다.

로리 사바티니에게 2타 뒤진 양용은은 7번아이언으로 핀을 직접 공략했다. 그린에 떨어진 볼은 홀 옆 50㎝ 지점에 멈췄다. 조금만 왼쪽으로 갔더라면 홀인원도 될법한 굿샷이었다.

2타차로 뒤지던 18번홀(파5 · 길이 551야드)에서도 또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힘껏 친 드라이버샷이 왼쪽 러프에 빠졌고 홀까지는 239야드 남은 상황.핀은 워터해저드 쪽인 그린 오른편에 꽂혀 있었다. 양용은은 '도 아니면 모'라는 듯 우드를 빼들었다. 우드샷은 조금 짧아 그린 앞 벙커에 떨어졌고 고대하던 이글은 놓쳤다. 그러나 버디를 기록하며 제리 켈리를 제치고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양용은은 "어차피 선두와 2타차였기 때문에 18번홀에서 이글을 잡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었다"며 "볼이 트러블에 빠져 공동 2위가 되는 한이 있어도 스코어를 줄여 연장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놨다. 2009USPGA챔피언십 마지막 홀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1타 앞선 상황인데도 나무를 넘기는 하이브리드 샷으로 버디를 낚았던 그의 승부근성을 연상케 하는 샷이었다. 1타차로 승부가 갈렸기에 2번홀에서 유일한 보기,17번홀에서 번개로 경기가 중단돼 리듬이 깨진 점이 양용은에게 못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