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 증시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중동지역 정정 불안과 유럽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정적 평가까지 더해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지수는 전 주말 대비 79.85포인트(0.66%) 하락한 12090.03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10.13으로 11.02포인트(0.83%) 밀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745.63으로 39.04포인트(1.40%) 급락했다.

지난주 고용지표에 이어 이번주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로 주가는 상승 출발한 뒤 리비아 내전 격화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무디스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B1’으로 세 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안전자산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금값이 온스당 1434달러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잭 애블린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외에서 전해진 악재들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고, 내부적으로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이 주가 낙폭을 키웠다”고 풀이했다.

이날 웰스파고는 ‘비중확대’였던 반도체 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9월 이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S&P500지수 상승률을 2배 가까이 웃돌았지만 상관관계가 높은 S&P지수가 최근 조정을 받기 시작함에 따라 반도체 업종 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스코 인텔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 이상 떨어졌다. 통신장비업체인 시에나 코프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급락한 점도 나스닥지수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이유다.

반면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진 종목들은 강세를 보였다. 세계 1위 하드디스크 드라이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코프가 일본 히타치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버 사업부를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에 큰 폭으로 뛰었다. 방사선 암치료업체 토모테라피도 경쟁업체인 어큐레이를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으로 25% 가까이 치솟았다.

클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양호한 경제지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만 중동 등 해외 변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며 “현 수준의 유가가 향후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가 중요 변수”라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