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 잘 만들면 통할줄 알았는데…시장이 원하는 상품 만들어야죠"
중견게임개발사 스마일게이트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회사다. 처녀작 '헤드샷온라인'을 내놓았다가 참담하게 실패하고 서비스를 접은 탓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지난해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싸움게임(FPS) '크로스파이어'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크게 성공한 덕분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는 동시접속자 수가 230만명을 훌쩍 넘어섰을 정도로 잘나간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권혁빈 사장(37 · 사진)은 성공 요인을 현지화 전략에서 찾고 있다. "게임만 잘 만들면 통할 것이라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아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권 사장은 시장에 직접 부딪쳐볼 요량이다. 그래서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는데.

"운이 좋았다. 4년을 공들여 만든 헤드샷온라인의 실패로 회사는 망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다행히 해외로 눈을 돌리던 네오위즈게임즈와 파트너 계약을 맺었는데 그 인연으로 중국 텐센트에 좋은 조건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 크로스파이어는 헤드샷온라인을 리뉴얼한 게임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수 230만명을 넘어섰다. 북미에서는 온라인 FPS에서 1위,베트남에서는 전체 온라인게임에서 1위,필리핀에서는 전체 온라인게임 3위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체 온라인게임에서 2위,러시아도 온라인 FPS 1위를 하고 있다. "

▼해외에서 성공한 비결은.

"회사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당시 중국 진출에 올인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인 20여명이 직접 중국 텐센트에 가서 중국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현지화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중국 유저들의 반응이 시큰둥했지만 현지화 작업을 하면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결과 서비스 1년도 안 돼 동시접속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현지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다.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중국 유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과금시스템을 과감히 뜯어고쳤다. 더 많은 유저들이 공짜로 즐길 수 있도록 해 시장을 선점한 뒤에 프리미엄 아이템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당시 중국 온라인 FPS 시장에 강자도 없었다.

현지화는 그곳 유저들과 교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의사결정권자가 어디서 한마디 듣고 '이거야,이거'라고 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

▼국내에서 왜 참패했나.

"중국에서 성과를 내고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사내에 전략팀을 꾸린 거다. 왜 한국에서는 안 되고 중국에서는 잘됐는지 이유를 밝혀야 했다. 결론은 FPS라는 캐주얼게임을 만든 전략은 옳았으나 시장 전략에서 참패했다는 것이었다.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이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이런 걸 고려했더라면 아마도 월 1억~2억원 정도 버는 중소개발사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르겠다. "

▼게임 시장에 진출한 계기는.

"스마일게이트는 두 번째 창업이다. 대학생이던 1998년에 e러닝업체 포씨소프트를 세워 삼성전자 텔슨전자 등으로부터 4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1위에 올라섰는데도 돈을 벌지 못했다. 결국 회사를 동업자에게 넘겼다. 유학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게임 시장을 보게 됐고 4명의 지인들과 의기투합했다. 게임 개발 경험이 없어 당시 인기 FPS게임이었던 카운트스트라이크를 벤치마킹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을 배웠다. "

▼향후 계획은?

"우리 회사는 특이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퍼블리셔에게 먼저 찾아가 '더 잘해보자,더 할 게 없느냐'고 조르기 때문이다. 최근 퍼블리싱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도 시장을 더 경험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우선은 직접 개발한 게임으로 퍼블리싱을 할 계획이다. 연말께나 공개할 수 있을 거다.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미국에 SG인터랙티브를 세우기도 했다. 하반기에 골프게임 '프로젝트G'를 네오위즈게임즈를 통해 서비스하고 연말께 미공개작 1편을 추가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