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개개인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다. 루 거스트너 전 IBM 최고경영자는 "사람들과 그 문화를 이해하기 전까지 진짜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팀의 리더가 팀원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면 개개인에게 보다 적합한 업무 방식과 자기계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관과 감정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이상이 높고 원대한 포부를 갖지만 현실 감각은 부족하다. 이런 팀원은 팀장이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목표를 주고 진척 상황을 수시로 점검한다면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조직 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려면 팀원들의 성격이 비슷하기보다는 각양각색인 것이 좋다. 미시적인 통계자료와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제를 보다 큰 맥락에 놓고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팀원들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된다면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경영진과 임원 간 의사소통에도 성격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경영진과 임원들 간에 마찰이 생겨 업무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마찰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동의가 있을 때도 흔히 발생한다.
카드와 팬시용품으로 유명한 홀마크카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찾아본 결과 임원 간 성격 차이가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창업자의 자손인 최고경영진은 모두 감성적인 접근을 중시하는 성격인 데 반해,다른 임원들은 대부분 실증자료를 중시하는 유형이었다. 이 회사의 경영진과 임원들은 의견 충돌이 성격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다양한 견해를 수용해 의사결정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였다.
성격에 관한 정보를 보다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성격 정보의 상호성을 확보하고 개인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성격 정보의 상호성은 가능한 한 많은 구성원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어느 일방의 성격만 알고 있을 때보다는 쌍방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을 때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이 조직의 목표를 구현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조직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구성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거리를 좁히려 노력할 때 조직도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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