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를 보다보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다가 막판 극적인 뒤집기로 승패가 갈라지곤 한다. 응원했던 팀에 따라 짜릿한 승리의 맛 혹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패배감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이럴 때 흔히 '운이 있었다 혹은 없었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미식축구는 미국의 국기로 인기가 높다. 필자도 미식축구를 무척 좋아한다. 몇 년 전 대학 미식축구 챔피언십에서 모교인 오하이오 주립대가 두 번의 연장전 끝에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마이애미대를 누르고 승리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연장전으로 체력이 다 소모된 상황에서 결국 선수들의 정신력이 승패를 결정지었을 것이다.

마지막 대역전극 같은 모습은 축구에서도 볼 수 있다. 2002년 한국 월드컵 때 안정환 선수가 연장전 끝 무렵 멋진 헤딩 골로 이탈리아를 통쾌하게 누르고 한국에 승리를 안겨준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탈리아는 순간적인 방심이 부른 결과에 자존심까지 상처받는 쓰디쓴 패배의 맛을 보았다.

최근 해외토픽에 국제육상선수권 대회에서 1등으로 들어오던 선수가 결승선 몇 미터 앞에서 손을 흔들며 승리한 듯 자축하다가 따라오던 선수에게 우승을 빼앗긴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보도됐다. 방심과 안심에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결과다.

어떤 이유던간에 스포츠에서는 패배라 부르지만,이런 경우가 기업과 연관되면 파산을 불러온다. 스포츠와 달리 한 기업의 파산은 국가 경제를 엄청난 혼란으로 이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은 세계적 금융위기와 불경기를 몰고 왔다. 2009년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은 향후 3년간 직 · 간접적으로 약 500만명의 고용 감소와 1만1000여개의 협력업체들에 파산의 악몽을 가져다 주었다. 미국도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 오죽하면 친복지,친노동운동을 강조하며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경제 · 자문팀을 거의 기업인들이나 친기업인들로 구성했을까.

손자에 의하면 '방심 태만 안심은 모든 재앙의 근원'이라고 한다. 방심 태만 안심은 모럴 해저드,이기적 욕심 그리고 과잉 신뢰 등에서 오기 쉽다. 사업이나 국가 경영에서는 방심 태만 안심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지난번 세계 금융위기에서 증명됐다. 그 결과 유럽 여러 국가들이 파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한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약속했던 복지 국가들은 복지를 포기하고 있다. 불경기로 불만이 분출된 아랍권은 급격한 체제변화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빠른 경제 회복을 이뤘다고 자만하는 모습,밖이 겪는 엄청난 고통과 변화를 무시한 채 복지를 빌미로 정쟁을 일삼는 모습,핵과 미사일의 위협 속에 살면서도 이념편향성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국이 걱정스럽다. 손자의 경고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안되길 빈다.

안창호 < 美 렉산제약 회장 ahnch@rexah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