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다.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지난 1월 '아덴만 여명작전'을 펼쳐 소말리아 해적에게서 선원 21명을 무사히 구출했던 것이 그의 감투정신과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온 국민이 다 안다. 그런데도 그는 병상에서 그저 "선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자신이 부각되는 것을 피한다. 이런 숨은 희생이 토대가 됐기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굴러갈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공감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지금 석 선장에게는 빨리 쾌유해서 원상으로 복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망되는 일임은 두 말할 게 없다. 그래야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비로소 여명작전을 마무리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석 선장의 공적을 높이 사 사회의 귀감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를 배려하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예우하는 방안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

문제는 현행 훈 · 포장 체계로는 공무원이 아닌 일반 국민은 아무리 공헌도가 높아도 정부 차원에서 그에 걸맞게 포상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는 점이다. 가장 등급이 높은 훈장만 해도 12개 종류에 각각 5개 등급으로 분류돼 있지만,수여대상에 대한 규정이 군인 ·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 위주의 공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반인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사회단체의 임원 정도에 국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포상자 통계에서 공무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훈장 · 포장 · 표창을 합친 전체 포상자 2만8047명 가운데 공무원은 73.4%(2만597명)나 되지만 일반국민은 26.6%(7450명)에 불과하다. 일반인 수상자가 2009년(7221명)보다는 다소 늘었지만,작년 공무원 수상자 중에서 단순 퇴직자가 1만6510명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형평에 의문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행안부가 의로운 행동과 사회봉사로 선행을 실천하거나 빼어난 공적을 세운 민간 유공자를 발굴하기위해 국민추천 포상제를 도입해 지난 7일부터 추천을 받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장관을 1년만 해도 훈장이 주어지는 지금과 같은 훈 · 포장 체계를 그대로 가져가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은 뻔하다.

물론 공을 세운 공무원에겐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정부의 포상이 돌아가야 한다. 작년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 중에 순직했던 고 한주호 준위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그에게 충무 무공훈장을 수여하고, 올해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그의 공적까지 실었다. 그만큼 군인으로서의 철저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런 우대가 가능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포상한다는 것은 국가 유공자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물질적인 보상이 없더라도,수상자에겐 더 할 수 없는 명예의 상징이 된다. 정부가 이왕 훈 · 포장의 문호를 확대 개방하기로 한 만큼 제도와 규정을 정비해 수상 자격을 갖춘 일반인에게는 포상의 품격을 높여 명예가 더욱 빛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예컨대 석 선장이 우리 선원 6명의 생명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그 공적이 한 준위에 버금간다고 판단된다면 마땅히 그에 맞게 포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정부의 포상을 믿고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보다 따뜻해지고 건강해지게 된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