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직전까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 보장이 없으면 이번 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고 '배짱'을 부렸다. 일종의 배수진이었다. "

최인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민주당 · 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절실함이 17년을 끌어온 농협법 개정안의 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농협법 개정안 타결의 주역이다. 최 위원장과 농협법의 인연은 길다. 농림부 장관이던 1994년 농협법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그런 개혁안을 17년 만에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에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최 위원장의 소회는 남다르다.

지난해 6월 농식품위원장을 맡은 직후부터 최 위원장이 지지부진한 농협법 개정안 타결을 위해 경제사업(농식품 유통사업) 활성화를 위한 5대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정부를 압박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농협법 개정을 강하게 추진했던 정부는 "모처럼 농협법을 아는 위원장이 왔다"고 반기면서도 최 위원장의 경제사업에 대한 '선 지원' 요구에는 난색을 표했다. 최 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4년 농림부 장관으로 농협법 개혁을 처음 주창했는데 17년째 해결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마음먹고도 대외적으로는 '벼랑끝 전술'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최 위원장은 "이번 임시국회를 넘기면 4월에는 재 · 보선으로 어렵고 하반기에는 총선 때문에 힘들어 18대 국회 처리가 물건너 간다는 것을 정부와 청와대도 잘 알고 있어 배수진을 쳤다. 개인적으로도 농민들을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소신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일 농식품위 법안심사소위 도중 걸려온 청와대의 통과 요청에도 '어렵다'는 식으로 버텼다. 이런 노력 끝에 최 위원장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 위원장은 "일부 농민단체는 농협이 은행 중심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고 나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제 농식품 유통개혁을 위한 첫 단추는 끼웠다"고 평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