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디자인 회사인 탠저린의 마틴 다비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초 방한,우석형 신도리코 회장과 만났다. 탠저린은 아이팟 아이폰 등을 디자인한 애플의 유명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배출한 회사다. 다비셔 CEO를 비롯한 탠저린 수석 디자이너들은 2008년부터 신도리코와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첫 결과물로 '투톤 컬러'로 차별화한 레이저 프린터 A400을 내놨다. 다비셔 CEO는 우 회장과 후속 모델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로 변신하는 신도리코

국내 사무용 복합기 1위 업체인 신도리코가 딱딱하기만 했던 사무기기에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로 해외 공략도 본격화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

우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로 '새로운 상품(New Product)' '새로운 시장(New Market)' '새로운 신도(New SINDOH)'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회사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블로그 '신도리안(SINDOHrian)'을 개설해 온라인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급증하는 국내 환경에 맞춰 '스마트 복합기'도 속속 개발하고 있다. 무선 네트워크 중심의 업무 환경(모바일 오피스)에 맞춘 '클라우드 프린팅' 솔루션도 강화하고 있다. 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김희수 부장은 "언제 어디서나 프린팅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사무용 기기에 결합하고 있다"며 "문서 보안 솔루션 등을 통해 해당 문서를 누가 언제 출력했는지 등이 서버 상에 기록으로 다 남는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신도리코의 '유프린트 솔루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출력하면 해당 데이터들이 중앙 서버에 저장되고,그 서버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모든 복합기에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출력할 수 있다.

◆해외 시장도 본격 확대

신도리코는 올해 해외 시장도 크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6월 국내 복합기 업체로는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SINDOH)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뚫은 데 이어 수출 물량을 점점 늘려 나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3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농업은행과 산둥 지역 최대 규모 병원인 칭다오대학병원 등에 납품했다"며 "그동안 주로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해외에 제품을 공급했지만 자체 브랜드 판매도 늘려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5000억원규모다. 아직 해외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협력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성웅 신도리코 이사는 "올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의 라인업이 완벽히 구축될 것"이라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판매망을 넓히기 위해 칭다오 총괄 판매법인과 상하이,선전,베이징 등에 있는 사무소의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탠저린 등과의 제휴로 우 회장의 디자인 경영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