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신용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지나친 외형경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신뢰할 만한 카드사가 길거리에서 (고객을) 모집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과당 경쟁에 우려를 표시했다. 감독당국 수장으로서 당연한 걱정이다. 최근 카드사 영업행태는 노점상처럼 좌판을 깔아 놓고 카드를 남발하다 대란을 초래했던 2002~2003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고로 그칠 일이 아니다.

2003년 카드대란을 몰고온 게 카드업계의 1차 대전이었다면 지금은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듯하다. 하나은행이 하나SK카드를 분사한 데 이어 KB국민은행도 KB국민카드를 별도로 떼어냈다. 보수적인 은행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영업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농협이나 우리은행이 카드 분사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큰데다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도 카드업 진출을 검토중이다. 그뿐인가. 통신 거인 KT가 비씨카드를 인수,모바일 강자와 금융 강자들의 카드 대전도 불꽃을 튀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카드회사들은 저마다 모집인수를 늘리고 길거리로 뛰쳐나가는 외형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발급된 카드는 작년 9월 말 현재 카드대란 당시를 훌쩍 뛰어넘어 1억1494만5000장으로 늘었다.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카드대출(카드론과 현금서비스)도 지난 한 해 100조원을 넘는 106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카드사들이 한 해 3조원이 넘는 돈을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쏟아부으면서 몸집 키우기에 나선 탓이다.

이런 행태를 더 방치해서는 안된다. 벼랑 끝에 몰려 대책을 내놓는다고 호들갑을 떨다간 저축은행 꼴이 날 수 있다. 무엇보다 카드회원 불법 모집행위를 엄중히 제재해야 한다. 이는 고객보호 차원에서 절실하다. 외형경쟁을 주도하는 회사에 대한 집중 검사도 필수적이다. 물론 2003년 카드대란 때에 비하면 카드사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연체율은 낮아졌다. 하지만 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카드사 전체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절처히 점검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