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타계 이후 잇따라 터졌던 한진가(家)의 형제간 민 · 형사 소송 4건이 모두 일단락됐다. 마지막까지 걸려 있던 '부암장 소송'과 관련해 원고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차남),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4남) 측과 피고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일 법원의 화해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암장은 서울 부암동에 있는 조중훈 회장의 사가(私家)로 조남호 회장 등은 "부암장을 기념관으로 건립하기 위한 선친의 유언을 조양호 회장이 지키지 않았다"며 2008년 손해배상(1억원) 및 지분 이전 소송을 냈다.

◆'부암장 소송' 화해로 종결

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6부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 양측은 재판부의 화해권고 결정을 최종적으로 수용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비밀유지조항이 걸려 있어 화해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부암장 소송은 2009년 2월 1심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린 이후 양측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후 양측 변호사가 네 차례 조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결렬됐다.

급기야 지난해 2월엔 원고 측에서 선친의 유언장을 확인하기 위해 조 회장이 별세한 인하대병원에 문서송부촉탁서를 보냈고,3~6월엔 세 차례 양측의 법정 변론이 재개됐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양측의 싸움은 올 1월 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유언장 확인이 불가능한 데다 원고와 피고 모두 오랜 소송에 지쳐 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의 골 치유될까

조 회장 타계 이후 한진가의 형제간 법정 분쟁은 8년에 걸쳐 세 차례나 이어졌다. 첫 번째 대립은 2003년 1월 계열분리 약정에 합의한 직후 발생했다. 유언장에 없던 1000억원 상당의 현금과 현재 한진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정석기업 주식 7만주가 유산으로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현금과 관련해 조양호 회장은 인하학원 등에 기부하자고 주장한 데 반해 차남과 4남은 인하학원이 조양호 회장 소유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정석기업 주식은 더 문제가 됐다. 차남과 4남은 상속비율대로 7만주를 분배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조양호 회장은 거절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처음 정석기업 주식이 발견됐을 땐 차명으로 돼 있는 줄 알았고,이를 전제로 형제들끼리 나눠 갖기로 한 것"이라며 "문제는 나중에 알고 보니 7만주의 소유주가 작은 삼촌인 조중건 부회장 등으로 돼 있어 분배를 해 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양측 간에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2005년 정석기업 주식반환 소송을 시작으로 2006년과 2008년 3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2006년엔 창업주가 생전에 설립한 기내 면세품 수입대행 회사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다. 선친이 형제에게 지분을 24%씩 균등하게 분배,향후 발생할 이익을 나누도록 했지만 조양호 회장이 별도의 면세품 납품업체를 세워 이런 기회를 빼앗았다는 주장이다. 당시 차남과 4남은 30억원씩 총 60억원을 요구했는데 법원은 2009년 원고에게 1인당 6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제 '부암장 소송'까지 일단락되며 한진가 형제들의 분쟁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3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이끌던 한진해운의 계열 분리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동휘/이현일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