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노화 · 고령사회 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어제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46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결과를 내놨다. 우려했던 대로다. 이들은 생활을 영위하고,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봉양하는 3중고에 시달리느라 노후 준비가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비붐 세대는 특히 자녀 양육 및 교육을 위해 전체 생활비의 20% 이상을 사용하고, 자신의 은퇴 준비보다 자녀의 결혼과 교육 비용에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은퇴 이후 월평균 생활비가 211만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절반 이상은 은퇴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10명 중 7~8명은 국민연금을 은퇴 저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약 700만명으로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이들이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이미 조기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는 형편이고 보면 노후 생활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기 짝이 없는 과제다. 기대 수명이 80세를 넘어서면서 앞으로도 20~3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자칫 대응이 더 늦어진다면 개인의 위기를 넘어 사회적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마련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61~62세가량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수령 때까지의 공백기 불안을 다소라도 완화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따라서 정년연장을 도모하는 한편 경력과 전문성을 감안해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는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이들이 식당 등 소규모 생계형 창업에 무작정 뛰어들어 어렵게 모은 돈을 날리고 신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일이 없도록 창업교육과 컨설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대함으로써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오늘의 한국을 일으킨 베이비부머 세대가 제2의 인생을 잘 펼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