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군의 전투기 공습으로 시민군의 피해가 속출하자 국제사회가 다시 군사적 개입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리비아의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시민군에 대한 무기 지원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유엔 동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등이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카다피 측과 시민군 간에는 카다피의 퇴진을 전제로 한 물밑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 논의 급부상

영국과 프랑스가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유엔결의안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카다피군의 공습으로 시민군 사상자가 속출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양국은 이번 주까지 초안에 대한 검토를 마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시민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리비아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민군에 대한 무기 지원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날 일부 외신에서는 "미국이 리비아 시민군에 무기를 제공해달라고 사우디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시민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고려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나토(NATO · 북대서양조약기구)도 이날 군사적 대응을 위한 준비작업의 하나로 리비아 상공에 대한 24시간 감시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러시아 독일 중국이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시행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리비아에 대한 어떠한 외국의 개입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카다피군-시민군,물밑 대화 지속

무아마르 카다피는 시민군 측에 퇴진을 전제로 그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알자리자 방송이 보도했다.

시민군 측은 이를 거부하면서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날 경우 사면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리비아를 떠난다면 그에 대한 사법 처리 요구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측이 시민군 측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현재는 어떤 협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에 리비아 총리를 지낸 자달라 아주스 알 탈리는 7일 리비아 국영TV에 나와 시민군 근거지인 벵가지에 있는 원로들에게 "더 이상의 유혈 사태나 외국인들이 들어와 리비아를 다시 차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적 대화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알 탈리의 호소는 카다피가 장악한 국영TV를 통해 방영됐다는 점에서 카다피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황의 추이에 따라 양측의 물밑 대화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