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정정 불안과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 악재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외국인 매도 공세는 기관의 저가 매수세로 상쇄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10일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을 전후해 수급이 출렁일 수 있고,남유럽 재정위기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불투명해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네 마녀의 심술'은 없을 듯

코스피지수는 8일 16.05포인트(0.81%) 오른 1996.32로 마감했다. 유가 불안으로 밤 사이 미국과 유럽증시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국내 증시는 전날 1.22% 급락한 데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돼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외국인이 3916억원 순매도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조만간 증산에 나선다는 소식에 기관들이 1797억원 순매수해 지수를 방어했다.

그러나 당장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우선 동시만기일을 무사히 넘겨야 한다. 다행히 만기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만기일 시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매수차익 거래(주식 매수와 선물 매도) 잔액이 최근 급감했기 때문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작년 말 9조1000억원에 이르던 매수차익 잔액이 7조7000억원까지 줄었다"며 "이는 백워데이션(현물가격이 선물가격을 웃도는 상태)이 장기화하면서 외국인이 그동안 차익거래에서 1조83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난 1,2월 만기일처럼 매수차익 잔액이 일시에 청산(주식 매도와 선물 매수)돼 증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유럽 위기 스페인 '전염' 여부가 관건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지난 7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세 단계 강등한 것을 계기로 남유럽 재정위기가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재부상했다. 특히 이달부터 5월까지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집중돼 있어 작년 5월 그리스사태처럼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스페인으로의 전염 여부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스페인은 상업은행이 상대적으로 탄탄하지만 포르투갈에 대한 익스포저(대출 및 채권 보유액)가 800억유로로 가장 많아 스페인으로 전염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바이유 130달러 돌파 시 장기 조정

유럽 재정위기가 '잠재적 위험'이라면 고유가는 '현재진행형 위험'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배럴당 111달러 수준인 두바이유가 120~130달러까지 오르는 것은 국내 증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두바이유가 13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국내 기업의 이익이 급격히 악화돼 증시가 장기간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리비아사태가 장기화해도 국제 유가에 추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며 "문제는 오는 11일로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분노의 날'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고 왕정국가여서 독재국가인 리비아 이집트처럼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이 중장기적으로 보면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각종 변수가 산적해 있어 코스피지수는 1900대 중반을 여러번 찍고 점차 반등하는 '다중바닥형'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동윤/김유미 기자 oasis93@hankyung.com

◆쿼드러플 위칭데이

quadruple witching day.주가지수 선물과 옵션,개별 주식 선물과 옵션 등 네 가지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치는 날이다. 3 · 6 · 9 · 12월 둘째 목요일.이날은 주가가 막판에 요동칠 때가 많아 '마녀(파생상품)가 심술을 부린다'는 뜻으로 '네 마녀의 날'이라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