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6년부터 1965년까지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출산 붐이 일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 은퇴가 주는 충격의 강도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은퇴 준비와 정부 대책 등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자산 보유 충분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19년(1946~1964년)간 태어난 7585만명을 지칭한다. 2008년 44~62세에 도달해 미국 총 인구의 25.4%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비중 등을 보면 미국 역시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평균 80만달러 이상의 풍부한 자산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 77.3~81.0%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의 약 60%가 위험 자산인 주식을 직 · 간접적으로 운용할 만큼 은퇴 준비도 치밀하게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 노후 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38.5%)을 가장 많이 꼽은 한국의 베이비부머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제도 역시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충격을 줄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86년 정년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베이비부머 은퇴 역시 갑작스럽지 않고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부부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노후 비용 역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정부 대책 돋보여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일본의 베이비부머는 1947~1949년 1차 베이비붐 기간에 태어난 664만명을 가리킨다. 2009년 기준 일본 총인구의 5.21%를 차지한다. 일본의 베이비부머들은 2012년부터 65세 정년에 이르러 퇴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 까닭은 단카이 세대의 총 개인금융 자산이 약 130조엔으로 전체의 1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총인구의 5% 정도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단카이 세대의 평균 개인자산 총액은 5000만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도 돋보인다. 일본 정부는 2004년 '60세 정년 의무화'가 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했다. 기업이 2013년까지 △65세 정년 연장 △정년제 임의 선택 △계속고용제도(퇴직 후 재고용이나 근무 연장)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에 부담이 덜 가는 세 번째 방식을 많이 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