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확실한 비즈니스 계획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막연하게 '이 시장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고 말하시는 분이 계시곤하는데 그럴 때면 왜 투자해달라는지 납득하지 못하겠더군요. 어떤 기술을 확보했고,학교나 직장 동기 누구누구와 함께 비즈니스를 할 것이고,자금을 수혈받으면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최근 서울 대치동 포스코타워 5층 마이크로소프트 대회의실은 강연 열기로 후끈했다. 임지훈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31)의 강연을 듣으려는 이들이 몰려 80여개의 좌석이 꽉 찼다. '벤처캐피털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의 이날 강연에는 수년 전에 창업해 관록이 붙은 벤처기업가에서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업계 관계자,학생까지 모인 사람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임 심사역은 지난 1월에도 같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블로그 트위터 이메일로 벤처캐피털과 창업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창업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알음알음으로 조언해주기보다 아예 공개설명회를 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만 이 사실을 알렸는 데도 입소문을 타고 며칠 만에 수십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결국 임 심사역은 같은 내용의 강연을 또다시 열게 됐다. 10일에는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예비 창업자들과의 대화'를 개최한다.


◆IT 벤처업계 SNS 소통 활발…오프라인으로 연결도

게임기획자 김윤상 씨(@lifedefrager · 32)는 이날 강연 내용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중계했다. 김씨는 "현업 벤처투자가가 이렇게 업계 이야기를 전하는 건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소셜네트워크게임(SNG)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소셜게임당'의 '당주(운영자)'다. 김씨도 지난해 4월과 12월 소셜게임을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을 모아 '소셜게임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 행사는 김씨가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게임 만드는 분 한번 모여봅시다"라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씨와 자원봉사자들은 자리를 임대하고,브로셔를 제작하고,좌석 배치와 행사 진행들을 도맡았다. 12월 행사에서는 게임 업계 관계자,창업예정자,투자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벤처기업인들이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게임을 만들고 마케팅할 것인지 밤 늦게까지 토론했다. 김동신 파프리카랩 사장은 "게임을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선 이들이 많지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는 부족하다"며 "이렇게 한데 모여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발전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행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인맥이 IT 업계 등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SNS는 실제 인간관계에서 보기 힘든 사람들이 1 대 1로 이야기를 섞을 기회가 많을 뿐더러 정보의 전파속도도 빠르다. 트위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2008년 이래 이용자가 늘고 끈끈한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SNS는 관심사나 활동영역이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결국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특성을 가졌다. 그 결과 SNS에서 형성된 인맥이 본격적인 비즈니스 인맥으로 발전하는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트위터에서 8만7000명 정도의 팔로어(메시지를 구독해 보는 사람)를 가진 고재열 시사인 기자(@dogsul)는 "오프라인 모임이 늘면서 자연스레 실제 인맥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개미들 '증권당',삼성직원 '삼트당'…

임 심사역의 강연이 열린 날 강남역 모 중국식 양꼬치 전문점에는 40여명의 '증권당' 사람들이 모였다. 증권당은 트위터에서 주식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현재 회원 수는 4900명 정도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기관투자가,대기업 자금 운용 담당,대학교수,직장인,증권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등으로 다양했다. 증권당은 지난해 4월 결성됐다. 증권당은 단순 친목 도모 모임 외에도 기업 분석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브로커리(@Brokerlee)'라는 아이디로 잘 알려진 이모씨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격의없이 이야기하면서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트위터의 장점"이라며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접촉하다 보니 자연스레 업계 동향 등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트위터 내에서 해외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증시와 중국 경제 관련 정보를 꾸준히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로커리교도'라는 광팬들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그는 "트위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별도의 SNS 사이트와 전용 메신저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직원들은 트위터에서 '삼트당'이란 모임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삼트당 회원은 200여명으로 트위터 메시지에 별도의 '#삼트당_'이라는 해시태그(특정 주제에 대해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붙이는 명령어)를 붙여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삼성사내방송(SBC)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으며 지난해 오프라인 모임에는 40명 정도가 모였다.

삼트당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강모씨는 "다양한 부서와 직급에 있는 분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