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형 공장은 텅텅 비어있는데 오겠다는 기업을 굳이 사절하는 건 뭔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성남 산업단지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정모씨는 8일 “관련 법규 때문에성남단지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완전히 외면 당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씨의 말대로 성남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들은 극심한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림라이온스밸리 2·3·5차,한라시그마 등 10여개의 아파트형 공장은 분양
률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도 채우지 못한 곳도 많다.

성남공단의 미분양 사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 탓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남산업단지는 원래 사무실 근무를 주로하는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에겐 비인기지역이다. 교통이 안 좋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체들은 성남공단을 선호하는 편이다. 서울에서 가깝고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해서다. 그러나 이들 중 대형설비가 필요한 업체는 성남공단의 아파트형 공장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 등 지방공단 선진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피스형’ 아파트형 공장을 집중 유치했기 때문이다. 화물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물론 사무실 크기도 일반 오피스텔과 다를 바 없어 대형 설비는 넣을 수 없다. 공장 이전을 위해 부동산을 방문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말만 아파트형‘공장’이지 공장다운 인프라는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서울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유통업체들도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탓이다. 이 법률에 따라 성남단지에는제조, 정보기술(IT),첨단업종만 입주할 수 있다. 제조업을 하다가 생산설비만 다른 곳으로 옮겨도 아예 회사 자체가 공단 밖으로 나가야한다. 성남시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측은 “어느 업종이든 다 하게 놔두면 애초단지 조성목적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남윤선/성남=박한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