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일본경제 리포트] (中) 日국민 언제 국채 투매할지 몰라…빚으로 경기부양 길어야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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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멀고 먼 디플레 탈출
환태평양 자유무역협정 등
교역 늘려 경기부양 시도하지만
"농업 보호" 정치 압박에 난항
환태평양 자유무역협정 등
교역 늘려 경기부양 시도하지만
"농업 보호" 정치 압박에 난항
"일본 국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대량으로 국채를 팔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경제는 혼란에 빠지고 빚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는 방식은 더 이상 계속되기 어려울 겁니다. " 스기우라 데쓰로(杉浦哲郞)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 전무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GDP의 200%에 달해도 국채의 95%가량을 자국민이 보유하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 추세대로 일본의 국가부채가 늘면 국가 신용등급은 추가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그럴 경우 국채 가격 급락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금리까지 오르면 국채값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팔라져 개인과 금융회사들의 국채 투매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재정지출로 경기를 근근이 부양해온 덕이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했고,그 결과 국가 빚은 늘었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조차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한계에 달했다면 투자와 내수가 살아나야 하지만,이는 훨씬 더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도쿄에서 만난 한 이코노미스트는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벌어들인 이윤으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쌓아놓는데,이런 돈 대부분이 은행 등을 통해 국채 매입 자금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를 살려야 할 돈이 국채 매입에 쓰이면서 '경기 부진→재정지출 확대→재정적자 증가→국채 발행→투자 부진→내수 부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간 나오토 총리가 '제3의 개국(開國)'이라며 환태평양 연안국들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들고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기시이 시게타다(岸井成格) 마이니치신문 주필은 "시장 개방을 통한 교역 확대를 디플레 탈출의 최종 돌파구로 삼자는 게 간 총리의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TPP 참여가 생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농업 보호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어 여 · 야 모두 내부적으로 찬반이 갈려 있는 탓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 시절 추진했던 개방과 자유화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줬다는 일본인들의 부정적 인식 역시 걸림돌이다.
그러나 가장 큰 어려움은 오는 6월까지 TPP 가입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간 총리 스스로의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일본이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TPP도 일본 경제의 믿음직한 구원투수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빚을 내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길어야 5년 정도라고 봅니다. 그 안에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어떤 위기를 맞을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 걱정스러운 눈빛의 스기우라 전무의 말을 듣는 동안 도쿄 도심에 줄지어 서 있는 빈 택시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도쿄=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그는 현 추세대로 일본의 국가부채가 늘면 국가 신용등급은 추가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그럴 경우 국채 가격 급락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금리까지 오르면 국채값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팔라져 개인과 금융회사들의 국채 투매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재정지출로 경기를 근근이 부양해온 덕이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했고,그 결과 국가 빚은 늘었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조차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한계에 달했다면 투자와 내수가 살아나야 하지만,이는 훨씬 더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도쿄에서 만난 한 이코노미스트는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벌어들인 이윤으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쌓아놓는데,이런 돈 대부분이 은행 등을 통해 국채 매입 자금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를 살려야 할 돈이 국채 매입에 쓰이면서 '경기 부진→재정지출 확대→재정적자 증가→국채 발행→투자 부진→내수 부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간 나오토 총리가 '제3의 개국(開國)'이라며 환태평양 연안국들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들고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기시이 시게타다(岸井成格) 마이니치신문 주필은 "시장 개방을 통한 교역 확대를 디플레 탈출의 최종 돌파구로 삼자는 게 간 총리의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TPP 참여가 생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농업 보호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어 여 · 야 모두 내부적으로 찬반이 갈려 있는 탓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 시절 추진했던 개방과 자유화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줬다는 일본인들의 부정적 인식 역시 걸림돌이다.
그러나 가장 큰 어려움은 오는 6월까지 TPP 가입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간 총리 스스로의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일본이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TPP도 일본 경제의 믿음직한 구원투수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빚을 내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길어야 5년 정도라고 봅니다. 그 안에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일본 경제가 어떤 위기를 맞을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 걱정스러운 눈빛의 스기우라 전무의 말을 듣는 동안 도쿄 도심에 줄지어 서 있는 빈 택시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도쿄=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