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상하이女'와 빈약한 외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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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나 상하이 영사관이 정말로 도움 많이 받았어요. 그 정도 '끗발'도 흔치 않은데 한국 교민사회에는 솔직히 큰 손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김찬욱 상하이광흥실업 사장의 말은 뜻밖이었다.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중요 정보를 빼돌린 것이 들통나 사라져 버린 여성을 아쉬워하는 것처럼 들렸다. 김 사장뿐 아니라 상하이 교민들 중 여러 사람이 비슷한 말을 했다. 그녀는 기업들이 이런 저런 단속에 걸리거나 허가를 받지 못할 때 쉽게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중국 권력의 핵심적 자리 중 하나인 상하이 당서기 면담을 주선해 성사시키는 역량도 보여줬다. 물론 뒤로는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비자 장사를 하며 치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당장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빽'이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도 큰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한국 외교력의 빈약함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그 여인은 한국 영사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힘을 써줬다"고 했다. 음성적으로 이권을 챙겨온 상하이 여인 쪽이 아니라 한국 쪽이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더 아쉬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명의 영사들이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인 듯하다. 적어도 외교업무 담당자에게 외교무대에서 막강한 실력을 과시하는 인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지만,그 실수를 유발시킨 요인 중 하나는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빈약한 외교력과 얇디얇은 중국 네트워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라 망신을 시키고 국가의 중요 정보를 함부로 내돌린 외교관들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비자 장사에 휘둘린 몰지각한 외교관들의 잘못된 행태로만 보거나,'마타하리 수준의 첩보전'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왜 상하이의 사람들이 '사라진 부도덕한 실력자'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지를 곰곰 따져봐야 한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김찬욱 상하이광흥실업 사장의 말은 뜻밖이었다.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중요 정보를 빼돌린 것이 들통나 사라져 버린 여성을 아쉬워하는 것처럼 들렸다. 김 사장뿐 아니라 상하이 교민들 중 여러 사람이 비슷한 말을 했다. 그녀는 기업들이 이런 저런 단속에 걸리거나 허가를 받지 못할 때 쉽게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중국 권력의 핵심적 자리 중 하나인 상하이 당서기 면담을 주선해 성사시키는 역량도 보여줬다. 물론 뒤로는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비자 장사를 하며 치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당장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빽'이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도 큰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한국 외교력의 빈약함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그 여인은 한국 영사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힘을 써줬다"고 했다. 음성적으로 이권을 챙겨온 상하이 여인 쪽이 아니라 한국 쪽이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더 아쉬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명의 영사들이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인 듯하다. 적어도 외교업무 담당자에게 외교무대에서 막강한 실력을 과시하는 인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지만,그 실수를 유발시킨 요인 중 하나는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빈약한 외교력과 얇디얇은 중국 네트워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라 망신을 시키고 국가의 중요 정보를 함부로 내돌린 외교관들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비자 장사에 휘둘린 몰지각한 외교관들의 잘못된 행태로만 보거나,'마타하리 수준의 첩보전'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왜 상하이의 사람들이 '사라진 부도덕한 실력자'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지를 곰곰 따져봐야 한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