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소모성 자재(MRO) 구매대행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구매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모성 자재 구입을 아웃소싱으로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RO 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추산돼 한 해 전보다 27% 성장했다. 이 시장은 LG그룹 계열인 서브원과 삼성그룹 계열인 아이마켓코리아 등 '빅2'와 함께 포스코 계열인 엔투비,코오롱 계열인 코리아이플랫폼(KeP),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KT 계열사 KT커머스 등의 점유율이 높고,나머지는 군소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사마다 전용 온라인몰을 열고 제품을 판매한다.

올해 시장 규모는 27조원으로 예상돼 2008년의 16조원에서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6대 MRO업체의 매출은 6조68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는 계열사 비중을 낮춰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요 공략 대상은 다른 기업체와 공공기관 대학교 등이다. 서브원은 전체 매출 중 LG그룹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 선으로 매년 1~2%포인트씩 줄어들고 있다. 작년엔 고려대와 한양대 한국전력공사 등의 물량을 수주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5년 내 글로벌 소싱 거점을 두고 해외 물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KeP는 지난해 한화 화승 동양 S&T대우 등을 고객사로 유치했다.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CJ그룹 동부건설 등의 신규 물량을 수주한 데 이어 외부 매출을 지난해 430억원에서 6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KT커머스도 작년부터 그룹 외부 물량 수주에 나섰다.

또 그룹사의 인프라를 이용해 연계된 시장을 공략,특화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서브원과 아이마켓코리아는 전자 또는 정보기술(IT),엔투비는 철강 구매대행을 강화하고 있다. KeP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건설MRO 전담 조직을 두고 건설 부문 담당 직원을 다른 회사의 2배가량 투입하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웅진씽크빅의 책 제작부서가 웅진홀딩스로 넘어오면서 책 제작 서비스를 시작했다. KT커머스는 IT와 통신 분야를 특화할 계획이다.

소모성 자재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MRO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엔투비는 포스코와 KT가 각각 지분을 30%가량 갖고 있었으나,KT가 지난해 11월 지분을 정리하면서 포스코의 지분이 64.3%까지 올랐다. 작년 5월엔 동양그룹이 MRO 관련 계열사로 미러스를 세웠다. 현대백화점 계열인 현대H&S는 해외에서 철근 목재 등 원자재를 직소싱해 본격적으로 MRO를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MRO 구매대행을 시작했다"며 "초기에는 펜이나 의자 등 단순 소모성 자재만 취급했지만 지금은 원 · 부자재를 납품하거나 건물 관리를 대행하고 임직원 복지몰을 운영하는 등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


◆ MRO

maintenance,repair and operation.기업에서 쓰는 소모성 자재를 말한다. 필기구와 복사용지 등 사무용품은 물론 청소용품 공구 등도 포함된다. 소모성 자재 구입을 대행하는 MRO업체들은 보통 고객사별로 전용 온라인몰을 열고 가격을 고시한 뒤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