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여파로 올 들어 두 달간 저축은행에서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 나갔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기준 저축은행의 예수금은 72조3000억원으로 1월 말에 비해 1조9000억원 감소했다고 9일 발표했다. 저축은행 예수금은 1월에도 2조3000억원 빠져 나가 두 달간 4조2000억원 줄어 들었다.

두 달간 이탈한 저축은행 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예수금 76조5000억원의 5.5%에 해당한다. 한은 관계자는 "삼화 등 8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저축은행 고객들이 예금을 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시중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달 자산운용업계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7조원이 빠져 나갔다. 저축은행과 MMF에서 빠진 돈이 대거 은행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지난달 은행 수신은 14조3000억원 늘었다. 이 같은 은행 수신 증가액은 지난해 5월(18조6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도 2조2000억원 늘어 전달의 1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은행들이 몰려드는 자금을 적극 운용한 결과로 한은은 풀이했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달 3조7000억원 늘어 증가 규모가 1월의 6조원에 비해 줄어들었다. 연초인 지난달 기업대출이 워낙 크게 증가한 데다 우량 중소기업마저 자금을 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은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증가액이 전달 3조8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대기업 대출도 증가액이 1월 2조3000억원에서 지난달 1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한편 지난 1월 광의통화(M2)는 평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 늘었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율이 둔화됐으며 2005년 10월(6.5%) 이후 5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장세근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량 증가율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워낙 많은 돈이 풀린 탓에 현재 시중 유동성은 실물활동 대비 풍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