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스캔들과 국가기밀 유출 사건은 너무나 한심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정체불명의 중국 유부녀 한 명에게 영사들이 놀아나고 총영사까지 연루돼 기밀 문서와 정보를 넘겨주고,심지어 사랑싸움까지 벌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들의 윤리와 근무기강이 어쩌다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것인지 부끄럽고 개탄스럽다.

이번 사건은 해외 주재 외교관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현지 교민사회에선 이미 작년 11월에 소문이 파다했는데도 정부는 까맣게 몰랐다가 올 1월 투서를 받고 국무총리실 조사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외교통상부는 거의 1년 전에 내사하고도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중단했고, 법무부도 당시 근무했던 영사가 지난달에 사직했는데도 의혹을 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파문이 커질까봐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작년 이명박 대통령의 상하이 엑스포 방문일정과 동선,한나라당 유력 의원들의 휴대폰 번호 같은 기밀이 새 나갔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스캔들이 아닌 스파이 사건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총리실은 물론 필요할 경우 감사원 · 검찰 등도 나서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외교관들의 윤리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156개 해외공관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복무기강 실태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번만 해도 사건이 불거질 때까지 해당 상하이 총영사관이 입을 다물었던 데서 보듯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외교통상부의 경우 지난해 특채 파동을 겪고 나서 인사 · 조직개편을 했다지만,이번 일을 보면 관리능력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외교의 혁신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