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내려놓고 싶다" 윤증현 발언 미묘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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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물가대책 거센 추궁…국회 답변과정서 돌출
정치권 "부적절한 발언"…'경제팀 교체 신호' 해석도
정치권 "부적절한 발언"…'경제팀 교체 신호' 해석도
"힘든 짐을 내려놓고 싶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국회에서 한 이 말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얼핏 들으면 '장관 그만하고 싶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일각에선 '경제 수장으로서 책임지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4월 개각과 맞물려 경제팀 교체를 암시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 장관 주변에선 2년 넘게 장관직을 수행한 데 따른 피로 누적이 표출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발언의 전후 사정은 이렇다.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윤 장관에게 "물가폭등 현상이 여기까지 오게 된 부분에 있어서 경제 주무 당국자인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따지듯 물었다. 윤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의원님이 제게 책임을 묻는다면,저도 정말 이 힘든 짐을 내려놓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전 의원과 윤 장관은 물가책임론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며 설전을 벌였다. 윤 장관은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기상악화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 등 우리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공급 측 보틀넥이 있었다"며 최근 물가상승의 불가항력적 측면을 설명해나갔다. 발언 도중 전 의원과 김성조 재정위원장의 제지를 당하면서도 "이런 문제에 정부의 책임을 물으면….저희도 밤잠 못 자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전후맥락으로 미뤄보면 책임론을 추궁한 데 대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나온 돌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장관의 발언에 '행간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분분하다. 윤 장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고,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경제팀 개각으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단행된 개각에 앞서 이미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윤 장관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보여줬다. 이런 마당에 윤 장관이 '피로감'을 호소하면 이 대통령으로서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선 4 · 27 재 · 보선 전후로 예상되는 개각 때 윤 장관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물가 전세난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문책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차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라며 "고유가 등을 방어하느라 사투를 벌이는 경제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재 · 보선 결과 여당이 참패를 하면 윤 장관의 거취도 유동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통령 참모는 "현재로선 필요할 때마다 인사를 한다는 '원 포인트'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향배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윤 장관의 속뜻이 무엇이든 다소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국회 재정위 소속 한 의원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며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더라도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어쨌든 윤 장관으로선 요즘 고민이 많다. 2009년 2월 취임 직후 시달렸던 불면증이 최근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구제역과 유가급등 등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경제수장으로서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연임 이후 마음을 다잡고 물가불안 등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스스로 위기를 회피할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책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 역풍에 돛을 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지금의 고(高)물가발 경제위기가 쉽게 잠잠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윤 장관의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근 20년 사이에 최장수 경제장관인 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종태/홍영식 기자 jtchung@hankyung.com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국회에서 한 이 말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얼핏 들으면 '장관 그만하고 싶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일각에선 '경제 수장으로서 책임지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4월 개각과 맞물려 경제팀 교체를 암시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 장관 주변에선 2년 넘게 장관직을 수행한 데 따른 피로 누적이 표출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발언의 전후 사정은 이렇다.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윤 장관에게 "물가폭등 현상이 여기까지 오게 된 부분에 있어서 경제 주무 당국자인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따지듯 물었다. 윤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의원님이 제게 책임을 묻는다면,저도 정말 이 힘든 짐을 내려놓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전 의원과 윤 장관은 물가책임론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며 설전을 벌였다. 윤 장관은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기상악화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 등 우리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공급 측 보틀넥이 있었다"며 최근 물가상승의 불가항력적 측면을 설명해나갔다. 발언 도중 전 의원과 김성조 재정위원장의 제지를 당하면서도 "이런 문제에 정부의 책임을 물으면….저희도 밤잠 못 자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전후맥락으로 미뤄보면 책임론을 추궁한 데 대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나온 돌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장관의 발언에 '행간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분분하다. 윤 장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고,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경제팀 개각으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단행된 개각에 앞서 이미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윤 장관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보여줬다. 이런 마당에 윤 장관이 '피로감'을 호소하면 이 대통령으로서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선 4 · 27 재 · 보선 전후로 예상되는 개각 때 윤 장관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물가 전세난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문책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차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라며 "고유가 등을 방어하느라 사투를 벌이는 경제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재 · 보선 결과 여당이 참패를 하면 윤 장관의 거취도 유동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통령 참모는 "현재로선 필요할 때마다 인사를 한다는 '원 포인트'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향배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윤 장관의 속뜻이 무엇이든 다소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국회 재정위 소속 한 의원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며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더라도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어쨌든 윤 장관으로선 요즘 고민이 많다. 2009년 2월 취임 직후 시달렸던 불면증이 최근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구제역과 유가급등 등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경제수장으로서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연임 이후 마음을 다잡고 물가불안 등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스스로 위기를 회피할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책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 역풍에 돛을 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지금의 고(高)물가발 경제위기가 쉽게 잠잠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윤 장관의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근 20년 사이에 최장수 경제장관인 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종태/홍영식 기자 jtchung@hankyung.com